옆에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사라지면 소중함이 절실해지는 것이 주변에는 참 많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웃어른들의 흥겨운소리, 부모님의 잔소리도 어렴풋이 귓가에 맴돈다.
설 명절의 흥겨움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응팔'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친숙한 물건이나 노래, 뉴스가 나올 때면 괜히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 "맞아. 나도 기억해. 그때는 그랬어."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88서울올림픽 추억의 물건 및 음식들.
비슷한 시대 이야기여서 그런지 '응팔'이라는 용어가 친숙했는데, 어느 방영분에선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제목을 보았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표현이다.
해마다 민족고유의 명절이 돌아오면 바쁜 비상근무로 인해 단 하루의 시간을 내어 부모님께 방문해 가족들과 '익숙함과 소중함'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익숙함에 파묻혀 소중함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동료와의 관계가 그렇고, 가족이나 일상생활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근래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도 이런 감정을 느꼈다.
멀리 전광판에 큰 글자로 쓰인 '응답하라 뒷좌석 안전벨트'라는 문장이 깜박이며 다가온다.
그러면 "얘들아~" 하고 자동으로 반응한다.
또 휴게소 화장실에서 서서 볼일을 보고 있으면 눈앞에 '당신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란 스티커의 글이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살짝 앞으로 다가선다.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이 이처럼 자동으로 반응하면 좋은데, 대개 사람들은 소중함을 깨달을 때 이미 늦었다고 후회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중함은 결과로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함의 가치를 알고자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다가갈 때 그 가치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경험은 우리의 일상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대전현충원에 근무할 때 지금보다 여유로운 여건을 활용 하고자 청주외곽의 장애인 보호시설에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어느 날 아내가 나도 그 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미용봉사 를 시작했는데, 5년 이상을 꾸준히 미용봉사하는 아내를 보며 그의 마음속에 '보람'이라는 가치가 성숙하게 열매 맺어 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 기쁨으로 감당할 때 경험하는 만족감은 삶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인터넷에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를 검색해 보면, 많은 사람이 다양한 삶의 여건과 환경에서 소중함의 가치를 지키고자 나름대로 애쓰고 있음을 발견한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익숙함에 자만하지 말고,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에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따뜻한 감동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