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개천안(開天安)
東荷 이수진
충북시인협회 회원
오색 비단 헝겊 조각 나풀거리던
그 옛날 장선 고갯마루 당산나무 아래
치성드려 쌓아놓은 서낭당 돌무더기 지나
구부렁길 돌고 돌아 성큼성큼 다가가면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반가이 마중 나오던 곳
궁궐 같은 꽃동네 황홀하게 유혹하던
봄날의 정취가
망종 절기 따라 황금빛 보리밭 출렁이던
여름날의 정취가
단풍잎 울긋불긋 잉걸불처럼 훨훨 타오르던
가을날의 정취가
함박눈 펑펑 내리면 산 까치 깍깍깍 울어대던
겨울날의 정취가
옥녀봉과 풍류산을 휘돌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곳
조상님들의 숨결 어린 만년유택 선영 아래
아늑하게 감싸 안은 포근한 기운들은
어머님의 온화하신 성품인 듯 닮고 닮아
곱디고운 천사처럼 사뿐사뿐 다가오던 곳
천년을 가부좌한 법경대사자등탑비와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솟대들의 수호신도
어서 오라 손짓하며 따뜻하게 반기 우는
훈훈한 정겨움 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
하여,
하늘이 열린 고로 개천(開天)이라 하였던가
성스러운 평안의 빛 두루두루 깊이 서린
반도의 중심 고을 옹골찬 삶의 터전
문명이 빚어댄 수몰이란 아픔 속에
지난날의 그리움이 충주호에 일렁이고
망향가로 흥얼거린 쓸쓸한 가락들은
향수의 물결 되어 남실남실 흐르는데
오호라,
이곳은 어드메고 저곳 또한 어드멘가
이팔청춘 호시절을 꿈속에서 유랑하다
은하(銀河)강에 배 띄우고 노를 저어 찾아가리
추억이 파동 치는 내 고향
개천안
개천안으로……
※ 개천안 :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지동리, 손동리의 옛 이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