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묘목을 심는 조림사업을 하면서 식재된 묘목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하는 대나무 표시봉에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흰색 페인트가 사용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산에 나무를 심는 조림 사업에서 묘목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꽂아두는 대나무 표시봉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나무 표시봉의 식별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흰색 페인트가 환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1일 충북도에 따르면 산림청은 목재 자급률과 국내 목재 이용 촉진 등 산림자원순환경영을 위해 경제림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림이란 산림을 계획적으로 육성해 이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한국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림으로 덮여있으나, 목재 자급률은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적합한 수목을 선정하고 벌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목재를 자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묘목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들을 제거하는 풀베기 작업이 진행되는데 대나무 표시봉은 예초 작업자들이 묘목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 경제림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충북에는 조림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천890㏊ 규모에 대나무 표시봉을 설치했다.
1㏊에는 평균 3천 개의 대나무 표시봉이 사용된다. 이를 환산하면 도내에는 표시봉이 800여만 개가 설치된 셈이다.
대나무 표시봉은 1m가량 되는데 이 중 상부 50㎝을 흰색 페인트로 칠해 땅에 꽂아 놓는다.
표시봉 한 개에 칠해지는 페인트는 미량이지만, 모든 표시봉에 칠해진 페인트 양을 따져보면 엄청난 양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2~3년전 설치된 대나무 표시봉. 표면을 보면 페인트가 일부 떨어져 나가있다.
ⓒ임성민기자
문제는 표시봉에 도색한 페인트는 추후 시간이 지나면 분말 형태로 변하면서 탈락해 토양이나 계곡으로 스며들 수도 있단 점이다.
일부는 회수되지 않고 숲에 버려지기도 한다.
페인트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인트 성분에는 인체에 유해한 이산화티타늄, 접착제 등 같은 유해 물질이 함유돼 있어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페인트 표시봉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공해 표시봉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표시봉 페인트칠 작업은 야외 작업장에서 이뤄지며, 일부 페인트가 땅에 스며들기도 하고 건조와 운반 과정에서 분진이 날려 인체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페인트 사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산림청은 '조림 설계·감리 및 사업 시행 지침'을 통해 일반 수성페인트에서 친환경성 흰색 수성페인트로 사용을 변경했고, 현재는 '친환경 소재'로 범위를 넓혔다.
일각에선 지침에 페인트란 단어를 없앤 이유가 그동안 산림청이 페인트를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산림청 측은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페인트 사용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지적에 대해 산하 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 표시봉 성분분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연구 결과 유해성 분석 통해 환경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요인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산림청이 단가 절감을 위해 고의로 페인트를 사용한 표시봉을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개정한 지침에 페인트란 용어를 없앤 건 페인트 이외 다양한 친환경성 소재들을 조림 사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림청의 주장대로 실제 각 지역 자치단체에선 페인트 표시봉 대신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충북의 경우 진천군 일부 지역에 무공해 천연 순면 소재의 흰색 천을 대나무에 부착해 표시하는 등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아직 페인트 표시봉을 대체할 만한 특정 소재들은 개발되진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면포 소재를 혼용하고 있고 이보다 무해하고 안전한 소재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기존 시공업체에 금전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두는 등 혼용 기간을 거쳐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임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