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2024.11.12 15:39:51

송상규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 안전건설부장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벌써 3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취지는 사업장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사업주 스스로가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위험요인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사업주를 처벌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것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11월까지 사망사고 등의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해 법정구속 형량이 선고된 사례는 4건이 발생했다.

선고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예전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할 만한 위험요인에 대해 사업주 및 사업장에서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를 방치했던 것이 주요 이유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사업주가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관리에 대해서 노력한 부분이 형량에 주요한 요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체계적으로 안전관리에 노력하는 사업장이 많을까.

현장에서 만나는 사업장별로 온도차가 느껴진다.

법 시행 초기부터 안전관리 조직이 있는 기업은 대응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적용 대상인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여건이 안 된다며 안전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여전히 소홀한 경우가 많다.

물론 소매판매가 10분기 연속 감소하는 경기침체 속에 경영환경이 열악해지고 지역별로 근로자 채용도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된다.

법적인 처벌, 사고로 인한 막대한 영업손실, 재해 근로자의 처우, 동료 근로자의 정신적 충격 등 중대재해에 따른 여파는 만만치 않다.

더 이상 안전관리를 경영이 힘들다며 미룰 수 없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접근이 아니라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방법으로 안전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안전관리는 힘들고 법이나 행정기관에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을 정해 실행하고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구축'을 위해 4가지 정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우리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 및 경영방침을 수립하자.

둘째 연초에 우리 사업장에서 실시할 연간 안전관리 활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자.

세 번째 연간 계획 중 위험성평가 만큼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심도있게 수행하자.

네 번째 안전관리 활동에 모든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자.

현장의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당사자인 동시에 위험요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현장 근로자이다.

본인이 일을 하면서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건의하고 근무환경이 안전하게 바뀌는데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이 4가지 사항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것은 훨씬 많다.

하지만 우리 사업장의 안전경영 체계가 미비하더라도 4가지 사항을 자율적으로 시작하고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관리수준을 개선시킨다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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