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저녁
[충북일보]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희 시인이 시집 '고양이의 저녁(푸른사상, 1만2천 원)'을 펴냈다.
이 시집은 시인이 이순의 나이에 이르러 살아온 길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며 견고하게 다지는 삶의 가치를 담고 있다.
시집은 전체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산길' '떠나는 길', '장마', '붉은 달' 등이, 2부는 '비단길', '돼지는 간다', '고양이의 저녁', '보살사 가는 길'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3부는 '어머니 생신에', '장승백이 골목길', '별을 세다', '월훈, 마른장마' 등이, 4부에는 '주상절리', '저녁에', ' 민주를 찾습니다', '노동의 시간' 등이 담겼다.
박원희 시인
박 시인이 제시한 '길' 중에서 이순(耳順)을 나타낸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순은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사람의 나이 예순 살을 이른다.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인격의 형성과정을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고 술회했다. 예순 살이 돼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해 다른 사람의 말을 순순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 것이다.
시인의 시 세계에는 공자가 술회한 이순의 삶이 여실하다. 모든 해를 살아왔지만 그 경험들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간다. 삶은 언젠가는 막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곡예 같은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시끄러운 세상이야말로 무언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일어나는 터전이라고 여긴다.
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시집 발문에서 "시 속에 담긴 화자는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시간에 함몰되지 않고 창공에서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걸어간다"며 "이 세계의 존재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시인의 노래는 많은 생명을 품은 산처럼 고요하고 넉넉하기만 하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방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기를 긍정하는 현재진행형의 사회적 존재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인은 1995년 '한민족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 민족문학연구회 회원, 엽서시동인, 충북민예총 부이사장이다. 시집으로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 '아버지의 귀', '방아쇠증후군' 등이 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