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결정으로 무산된 제천화재참사 유가족 지원

조례 발의에 동의했던 의원 중 일부 반대와 기권으로 조례안 무산
김호경 의원, "의원들 설득해 재발의에 나설 계획, 다소 시일 걸릴 듯"

2024.09.12 15:16:53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류건덕(가운데) 유족 대표와 김영환 충북지사가 제천시청에서 유족 지원에 관한 협약서에 날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충북일보] 제천화재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충북도의회의 이해하기 힘든 의사 결정으로 다시 한번 절망에 빠졌다.

큰 고통을 겪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이라는 대의로 조례 발의에 동의했던 일부 의원들이 막판에 마음을 돌리며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지난 11일 김호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북도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건소위 소속 의원 7명은 격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으나 찬성은 3표로 반대 2표, 기권 2표가 나오며 반수를 넘지 못했다.

건소위 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애초 조례안을 공동 발의하고도 스스로 부결 처리하는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린 것.

이에 대해 김호경 의원은 "일부 의원이 금전 지원에 반대하긴 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조례안에 서명했던 의원들이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것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김호경 의원은 "일부 의원의 이번 상임위에서 나온 의견들을 분석하고 의원들을 설득해 재발의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절차와 설득 논리 개발 등에 시일이 필요해 당장 다음 회기에는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 조례에 맞춰 제천화재 참사 유가족 지원 조례를 만들려던 제천시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영환 충청북도지사와 유족 대표 등이 극적으로 유족 지원에 대해 합의하며 위로금 지급에 한발 다가섰으나 지원 근거가 될 조례안 제정에 발목이 잡히며 당장은 조례 제정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도의회의 결정에 대해 유가족 A(52)씨는 "한마디로 안타깝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아쉬워하며 "도지사와 도의회가 다시 충분히 협의해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앞서 지난 2월 제천을 찾아 유족 대표 등과 만나 지원 협약을 맺으며 사태 해결을 도모한 김영환 지사였으나 도의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며 위로금 지원은 기약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제천 / 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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