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대한건설협회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들은 현직 회장의 선거개입을 성토하고 있다. 현직 회장이 특정 후보의 단독 출마를 돕기 위해 타 후보의 등록(입후보)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현우 전 건설협회 충북도회장이 3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짜인 각본에 의해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선거에 계속 임할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김상수 현 회장은 선거 공작과 방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비후보) 사퇴 종용 문자도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전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회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지난달 26일 선거 활동이 시작된 뒤로 대의원에게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26일 '제29대 회장 선거공고'를 냈다. 후보 등록 기간은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다. 차기 회장은 12월 15일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된다. 윤 회장의 반발은 현직 회장의 불공정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됐다. 현직 회장의 선거 개입은 불공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정관상 강제규정이 아니라 해도 현직 회장의 선거 불개입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직 회장은 자리가 갖는 무게감으로 인해 공정성의 개념과 실천을 독점하기 쉽다. 한 쪽에 편중된 듯한 언행이라도 하면 대의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윤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건설협회 차기 회장 선거는 공정성을 상실하게 된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선거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한다. 차기 회장이 현직 회장의 판단과 지원으로 결정되는 건 자기모순이다. 대물림과 다름없다. 일종의 양위인 셈이다. 협회는 물론 회원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의원들의 선택권까지 위협하는 꼴이 된다. 건설협회 차기 회장은 대의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 건설협회 설립 취지를 살리고 회원사 편익을 증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엔 반드시 여론의 흐름을 왜곡하지 않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선거에서 불공정은 최악이다. 현직 회장은 선거의 공정성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공정선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실이든 오해든 현직 회장이 먼저 공정선거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불공정성에는 오랜 과거부터 내려오는 고쳐야 할 관행이 섞여 있다. 객관을 가장해 자신의 주관을 설파하는 행위가 대부분이다. 불공정이 정파성과 결합하면 아주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고질병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냥 놔두면 불행이 기다릴 뿐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해석된다. 누구도 역사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도 다르지 않다. 불공정이 있었으면 불공정 선거로 기록된다. 인물에 대한 재평가는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된다. 특히 선거의 공정성 등 보편적 가치가 침해됐을 땐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선거는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평가 기준인 시대적 가치는 가변적이다.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건설협회마저 양극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평가는 오롯이 후대의 몫이다. 역사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공정함이 사라진 선거에 명예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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