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를 다하고 갈색으로 시든 조화들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충북일보]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시민분향소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가 분향소에 놓인 시든 꽃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 취재결과 지난 3일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설치 후 꽃이 시들어가는 동안 지난 16일까지 단 한 차례도 꽃 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오송 유가족협의회 측과 사전 협의한 날짜인 16일에는 분향소 꽃 교체는 이뤄졌지만 유족 측은 "그간 시든 꽃들을 솎아내고, 교체가 필요한 꽃들은 부분적으로나마 교체하며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았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분향소 꽃 교체가 16일로 사전 협의가 됐더라도 이곳을 방문해 시든 꽃을 본 유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생각했다면 분향소 제단과 꽃 관리를 약속한 충북도는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합동분향소 설치 이전부터 지금까지 지자체는 유족들을 위해 솔선수범한 것이 대체 뭐가 있느냐"며 비난했다.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1층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설치 과정부터 장소 선정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당시 유가족협의회 측은 충북도청 합동분향소를 한 달 연장해달라는 의견을 냈지만, 충북도는 거절했다.
충북도청 밖에 설치하기로 한 시민분향소마저도 이전 당일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시민분향소는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설치되기로 했지만,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인 넓은 1층이 있음에도 공간이 협소한 2층에 설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진정성 없는 지자체의 모습에 설치를 반대했고 결국 분향소는 유족 측의 요구대로 센터 1층 빈공간에 마련됐다.
시민분향소 설치 당시 도는 꽃 교체, 시는 분향소 관리를 맡아 분향소에 적극 관심을 가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에 유가족들은 또한번 상처를 받는 모습이다.
유가족 A씨는 "지난 15일 분향소를 방문했는데 색이 변하고 말라비틀어진 헌화를 보는 순간 비참함을 느꼈다"며 "마치 폐허 같은 곳에 위패를 모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유가족 B씨는 "다른 일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는 공간관리에 그동안 성의가 없었던 점이 유가족으로서 너무 속상하고 서운하다"고 울먹였다.
이에 충북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 관계자는 "그간 분향소 제단에 설치된 꽃들과 헌화 등을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유가족들께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16일 교체를 하기로 사전에 양해를 구한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분향소를 방문하는 유족분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유족분들을 마음 상하게 할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면서 "앞으로는 분향소에 설치된 꽃들을 더 잘 관리하고 유족분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유족의 요청으로 49재인 오는 9월 1일까지 연장돼 운영될 예정이다.
/ 임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