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의사' 김영태 원장에게 듣는 방문진료 실태

청주 김영태 신경외과 원장
하루 평균 4~5명 방문진료
"의사 참여 위해 방문진료 수가 높여야"
"방문진료센터 만들어 방문진료 활성화 유도"

2023.03.19 17:52:30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찾아서 방문 진료에 나선 김영태 신경외과 원장이 '방문 진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모름지기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죠."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왕진 의사가 있다.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에서 신경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태(61) 대표 원장이다.

김 원장은 지난 2019년부터 몸이 불편해 병원에 찾아가지 못하는 재가 환자를 위해 직접 집에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그는 하루에 평균 4명에서 5명의 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진료를 한다.

그가 진료하는 환자의 유형은 다양하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부터 장애인, 사지 마비 환자 등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김 원장은 "재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려면 온 집안 가족이 총동원돼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 매우 번거로운 상황을 매번 겪는다"며 "의사가 직접 방문하면 이런 불편함들은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방문 진료를 하면 '환자의 삶'을 더 자세히 보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찾아서 방문 진료에 나선 김영태 신경외과 원장이 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김 원장은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진료의 경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해 환자의 증상만 보게 된다"며 "방문 진료의 경우 환자가 어디에 사는지,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해왔는지 등을 자세히 볼 수 있어 더 정확하고 세밀한 진료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방문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말벗이 돼주기도 한다.

그는 "재가 환자들은 대부분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며 "환자들이 언제든 연락하면 달려와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느끼고, 환자들은 의사와의 만남 자체로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방문 진료를 하게 된 계기는 연세가 많으신 그의 어머니를 돌봐드리면서다.

그는 "어머니처럼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방문 진료를 하게 됐다"며 "실제로 방문 진료를 해보니 병원에 올 수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령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충북지역 인구는 159만3천434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1만9천973명이다. 도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김 원장은 "고령화 시대가 빠르게 찾아오면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같이 늘고 있다"며 "병원을 찾아오지 못해 소외되는 환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방문 진료 제도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가정에 찾아가는 진료를 실시하고자 2019년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사업'에 지원·등록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사업'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진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음에도 거동불편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의 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2019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사업이다.

2021년 3월 '왕진'에서 '방문진료'로 명칭이 변경됐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사업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이 시범사업에 등록한 전국 의료기관은 526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0.4%에 그쳤다.

그는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적은 수가'와 '방문 진료 시간 확보 부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 방문진료 수가는 12만4천280원으로 이 수가에는 행위료, 치료재료나 약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김 원장은 "보통 환자 한 명을 진료하기 위한 시간과 이동시간을 다 포함하면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방문 진료는 진료실에 앉아 진료를 보는 의사에 비해 경제·시간적인 면에서 메리트가 없어 방문진료 수가를 높이면 의사들의 참여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 진료 수가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의사들이 내원 진료를 하면서 재가 환자를 진료할 시간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그러면서 "의사 수가 많은 병원은 다른 의사들에게 환자를 맡기고 방문 진료를 갈 수 있지만, 개인병원은 진료실을 비우고 방문 진료를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먼 거리를 갈 수 없는 개인병원 의사들을 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방문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료센터 네트워크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방문진료센터는 의사,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들이 한 팀을 이뤄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가 전달한 정보를 통해 환자의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가 방문하는 방식이다.

그는 "방문진료센터를 만들어 가능한 많은 병원을 참여시키고 인터넷이나 앱을 통해 재가 환자들이 가장 가까운 병원을 골라 선택하면 근처 의사가 바로 가서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 있는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김 원장은 의사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재가 환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방문 진료도 이젠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라며 "소외되는 환자들이 없도록 의사들 역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방문 진료에 참여한다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재가 환자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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