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2023.02.08 15:45:22

이상식

전 충북도의원

새해 들어 언론에는 내년 선거에 대한 보도가 적지 않다. 지키려는 자와 도전하는 자, 그리고 경쟁하는 자들에 대해 꼼꼼히 지면을 채워가고 있다. 국민들의 상실감이나 아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위 '선수'들에 대한 말뿐이다. 그들의 면면을 보기보다 대진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선수들의 전투력만 평가된다. 이렇듯 시간은 질곡의 굴레에서도 어김없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간다.

그리고 선수들은 선택의 시간에 앞서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자신만이 진솔하고 진실되며 다방면의 정치행위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그들의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이는 비단 지키려는 자에게만 있지 않다. 도전자와 경쟁자 모두에게 동일하다. 물론 특정 정당을 비꼬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선거행위는 정당이나 후보간 벽을 두고 각을 세워 다툰다. 하지만 진정성이 사라진 정치행위는 정당마다 유권자와 벽을 세워 갈등하는 양상이다. 유권자에게 쏟아냈던 공약이나 비전은 오간데 없고 주옥같던 선거용어는 허언(虛言)이 되고 만다. 나 또한 정치에 몸을 담고 있으니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잡아 줄 언론은 또 어떠한가? 언론은 정치인과 유권자간 가교역할을 한다. 정치인이 잘한 것을 유권자에게 전달해 미담으로 만들어야 한다. 잘못한 것 또한 가감 없이 전달해 새로운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또 유권자의 바램이나 지역현안의 다양한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도 소중하다. 지역의 함의(含意)를 모아가는 과정에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의 자긍심이 되어야 할 가교역할은 언제부터인가 단순한 관전자로 변질되어 있다.

선거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정당은 혁신으로 유권자를 현혹한다. 인물교체와 세대교체의 구호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교체율이 혁신의 척도인 양 호들갑을 떨어댄다. 솔직히 나는 단순한 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물교체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이만으로 세대를 가르고 역할을 평가해서도 안된다. 인위적 재단보다는 유권자 동의수준, 즉 정치인 스스로 갖고 행한 가치와 철학, 역할에 대한 진정성이 평가되어야 한다.

치부(恥部)를 가지고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리사욕에 의한 범법행위조차 정당성으로 위장된다. 옳고 그름의 논의가 아니다. 책임있는 정치가 이미 부정되어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하면 부정도 부정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문제다. 매너리즘(Mannerism)적 망상(妄想)을 벗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스갯소리로 하던 3대 거짓말도 바뀌었다. 정치인 스스로 '다음에는 (출마)안 할 거야'라는 말이 3대 거짓말에 새롭게 등극했다는 것이다. 당면한 현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배수진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현혹과 욕망의 점철일 뿐이다. 변화는 상수(常數)가 되어있고, 변화를 통한 발전은 변수(變數)로 남아있다.

정치인 스스로의 냉철한 자기평가도 중요하다.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 맡겨진 역할에 충실했는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자신의 권력으로 사유화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론 도전자와 경쟁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진정성에 근거한 정치행위만이 정당할 수 있다. 현역 정치인을 비판하려면 그들과 대비되는 진실함이 있어야 한다. 유권자는 현명하다. 자신의 과거와 현실을 망각한 정치는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옛말에 "그릇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은 가득 차면 잃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그릇을 채우기보다 그릇의 크기를 키우지 못한 정치인에게 딱 맞는 말이다. 사람의 그릇은 노력 여하에 따라 키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덕이고, 덕이 있는 자는 겸허하고 겸손해 앞으로 닥칠 욕심으로부터의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시기적으로 일부 정치인이 꼭 새겨들어야 할 교훈인 듯하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