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공화국, 이대론 안 된다

2023.02.06 16:45:04

[충북일보] 대청호 인근 주민들에게 봄은 멀었다. 마음속 차가운 응어리가 녹지 않았다. 강력한 규제에 묶여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 벌써 수십 년 째다. 오늘도 하염없는 기다림만 이어지고 있다.

*** 규제는 만들 때부터 신중해야

지난주 칼럼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의 근황을 전한 바 있다. 규제철폐에 대한 김 지사의 애타는 하소연을 그대로 옮겼다. 김 지사는 규제사슬의 악영향을 몸으로 울며 알렸다. 규제폭탄의 물벼락을 맞고 있는 충북의 고통을 호소했다. "머리띠 두르고, 활주로에 드러눕고, 감방 갈 각오로 나서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오늘은 각종 규제에 대한 질타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친 각종 규제는 종합 세트다. 충북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김 지사의 행동이 도드라졌을 뿐이다. 속 태우는 지방자치단체가 한 둘이 아니다. 지자체뿐이 아니다. 기업들이 겪는 고통은 더 크다. 규제 장벽으로 매일매일 피가 마른다.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규제공화국이다. 지자체나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쉬지 않고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의 발목을 잡는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파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되레 "재벌 특혜"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 후 8개월간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관련 법안만 모두 55건이다. 이중 국회통과 법안은 26건이다. 이 기간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은 83건이나 된다. 규제 폐지보다 새로운 규제 법안이 3배 이상 많다. 정부가 규제 1건을 폐지할 때 국회가 3건 이상의 규제 법안을 내놓은 셈이다. 국회는 틈만 나면 민생을 내세운다. 기업에는 일자리 창출을 닦달한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실적용 규제 법안만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바람에 기업 활동은 제약되고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국회가 떠드는 민생은 결국 자가당착인 셈이다.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러운 규제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회의원 평가를 법안 발의 건수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규제를 양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애기 어렵다. 개선이나 폐지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결국 법과 규제를 만들 때 신중해야 한다.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별도의 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규제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완화에 나서도 국회 협조 없인 불가하다. 국회의원 입법도 정부입법처럼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술혁신 시대다. 규제 남발은 국가 경쟁력 실추로 이어지게 된다. 일단 규제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성장 동력을 재 점화할 수 있다. 효율적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규제는 보완이나 철폐보다 신설에 더 신중해야 한다. 과거 모든 정부가 규제 개혁에 나서곤 했다. '대못 규제'나 '전봇대 규제'를 뽑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규제개선 효과는 별로 없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를 찾는 민원인들의 불만도 크다.

*** 부당 규제라면 당장 철폐해야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첫 주례회동에서 한 말이다. 규제개혁은 윤 대통령 정책의 핵심 주제다. 하지만 현실은 아주 다르다.

김영환 충북지사의 발언은 다소 거칠었다. 돌출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저 불편하고 부당한 규제에 대한 철폐 호소다. 궁극적으로 각종 규제에 묶인 충북의 현실 토로다. 김 지사의 절규는 양쪽으로 향한다. 국회와 정부에 향후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먼저 기존의 충북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회는 마구잡이식 규제 남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김 지사처럼 지자체장이 규제 때문에 더 이상 절규해선 안 된다. 민감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부당한 규제라면 지금 당장 철폐해야 한다. 너무 오래 걸리면 정책과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된다. 정부와 국회가 해법을 찾아 조속하게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역동적으로 실천에 나서야 한다. 김 지사가 정말 활주로에 드러눕고 감옥에 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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