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과 감염병

2023.01.29 15:40:02

최서영

청주시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얼마 전 개 20마리가 한꺼번에 산속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엄동설한에 1마리는 숨졌고 19마리는 구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1인·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반려동물에게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담과 취업, 이사, 결혼 등의 생활환경의 변화와 같은 이유들로 기르던 반려동물을 파양 또는 유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유기 동물들이 주거 단지에 출몰하거나, 축산농가를 습격하여 가축을 공격하는 등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체험형 동물원 증가 등 감염병 발생 위험성이 증가한 시기에 이러한 기사들은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할 문제이다.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감염병으로는 광견병이 있다. 광견병은 흔히 개(강아지)만 걸리는 질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과 동물(포유류) 간에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유기동물이 산속에 있는 야생동물(너구리, 박쥐, 여우)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물리거나 상처를 통해 타액으로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유기동물이 축사로 내려와 가축들을 물거나, 주거 단지로 내려와 사람들을 물면 사람들의 광견병 감염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아직 2013년 이후로 보고된 사례가 없어 얼마나 위험한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광견병에 걸리게 되면 뇌염 등의 중추신경계 질환을 일으키며 거의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인다고 하니 더욱 주의해야 된다.

광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및 유기동물에게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동물에 물렸을 경우에는 즉시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어야 된다. 서울시에서 2019년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는데, 2018년 반려동물의 광견병 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이 45.9%인 반면 유기동물은 21.3%에 그친 것으로 확인된다. 여러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예방백신을 접종을 하는 등 광견병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물등록률 제고 등 실질적으로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고 유기동물 및 반려동물의 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람이 주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하여 기르는'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널리 정착됐다. 반려동물을 맞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가족 구성원으로서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반려동물 키우는 거 보고 호기심에 귀엽고 예뻐서 들였다가 막상 키우다 보니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나의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마지막까지 함께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된다. 또한, 반려동물 및 유기동물의 감염병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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