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도 버거운 노인 돕는 시민 영웅들

<현장르포>청주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 방문기
생활 물가 크게 오르며 무료급식소 찾는 방문객 늘어
대부분 생활고 시달리는 저소득층 노인
고교생부터 중년까지 자원봉사자 다양
식사준비·배식·정리·말벗 등 구슬땀

2023.01.26 18:02:39

최강한파가 몰아치고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청주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영양사와 조리사를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최근들어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에 위치한 청주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 무료급식소에는 26일 오전 11시부터 100여 명의 인원이 몰렸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거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저소득 계층 등의 어르신들이었다.

이곳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되는데 매일 같이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도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만난 봉사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조리 담당은 자원봉사를 오래 하신 중년 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빙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는 주로 고등학생에서 대학생들이었다.

자원봉자자들은 모두 자신을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직장에서, 또 학교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봉사를 하시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모두가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입 모아 말했다.

생선까스를 튀기는 봉사자, 김치 써는 봉사자, 국 끓이는 봉사자 등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어르신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선까스 조리를 담당한 자원봉사자 A씨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그간 노고는 싹 사라진다"며 "우리 부모님께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강한파가 몰아치고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청주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영양사와 조리사를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서빙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이들은 수저와 젓가락을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하나하나 세팅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B양은 "방학을 맞이해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이 우리 손자 왔냐며 반겨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복지관 식당에 방문한 안정순(가명·90)할머니는 기자의 손을 잡으며 "우리 손자손녀들이 가져다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얹히지 않게 꼭꼭 씹어먹을께"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자원봉사자들은 부족한 음식은 없는지, 식사를 하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세하게 물어보며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와 테이블 정리도 이들이 도맡아 했다.

대한적십자사 흥덕지구 목련봉사회 이영미(여·57)씨는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이씨는 "힘든 시절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신 어르신들께 봉사활동으로 나마 보답하고 싶었다"며 "봉사 활동을 하고나면 행복을 한가득 얻어가는 것 같아 오히려 힘이 난다"고 말했다.

청주의 한 중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택수(60)씨는 총각 시절부터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강씨는 최근 회전근개파열 수술을 해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의 봉사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어르신들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이 겹쳐 보인다"며 "우리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 아픔도 잊고 봉사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과 복지관 직원들의 노고에 이날 식사 현장은 '훈훈함' 그 자체였다.

어르신들의 식사 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고수남(48) 영양사는 "추운 날씨에도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힘든 경기에도 남을 돕기 위해 선뜻 나서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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