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공보건의료 확대해라

2023.01.17 20:04:33

[충북일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지 3년이 지났다. 공공병원들은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전쟁을 치렀다. 'K-방역'의 성과를 내는데 큰 몫을 했다.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늘 부족했다.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때마침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공식 요청했다.

충북의 치료가능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치료가 시의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는 죽음이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치료가능 사망률은 병원이 멀거나,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이런 사람들이 연간 2만2천여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루 62명꼴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높았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책임의료기관 의사 수, 책임공공병원 설치율, 치료가능 사망률 등을 분석한 '지역 의료격차 실태'를 공개했다. 충북은 인구 10만 명당 치료가능 사망률이 50.56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43.8명이었다. 충북 다음으로 인천 48.58명, 강원 48.14명, 전남 47.46명, 경북 46.98명 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세종(34.34명)이었다. 충북과는 10만 명당 16.22명이나 차이가 났다. 충북 등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심각한 의료취약지역이다.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와 공공병원 설치율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의 시민들이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은 2위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 비율은 2020년 기준 전국 평균 43.8명이다. OECD에서도 낮은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이면 의사 2만7천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지역이나 공공병원에서는 고액연봉 조건을 내걸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일정 규모 이상의 국공립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이곳 출신들을 지역에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부든 의료계든 똑같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해법은 공공의료 확충일 수밖에 없다. 국내 공공병원 비율은 2020년 기준 5.4%다. OECD 평균 55.2%에 비해 크게 낮다. 적극적으로 시설과 인력을 강화해야 할 형편이다. 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부문의 의료 인력 부족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전공의 확대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야 지역근무나 기피 과에 투입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공의료 확대는 의대 정원 확충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료를 방치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그 결과 민간병원 비율이 95%까지 높아졌다.

그동안 의대 정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공공의료 확대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의료계는 지역별 분배가 원활하지 않은 게 진짜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의사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려던 로스쿨 제도에 대해 법조계가 반대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공공보건의료는 건강한 국민의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의무다. 국가가 공적인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다. 민간병원은 명목상 비영리 법인 형태다. 하지만 공공성이 약하다. 수익성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와 비급여 확대 진료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시장실패를 바로 잡는 것도 국가의 책무다.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보란 국민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확대다. 그만큼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려운 이들을 보듬고, 기득권의 지분을 양보토록 해야 한다. 지금 부족한 건 수도권에 가득한 대형병원이 아니다. 지역에 뿌리내릴 좋은 공공병원이다. 국가가 직접 공공의대를 신설해 선발과 교육, 배치 등을 규정하는 별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를 확대·강화해야 할 때가 됐다. 공공보건의료 필수분야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역량 있는 인재가 장기 근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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