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현장 의견 반영·보완해야

2023.01.05 20:10:11

[충북일보]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다양한 과목이 신설된다. 필수 이수학점과 이수학점 범위도 확대된다.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도 대폭 강화된다. 한 마디로 고교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이 모두 바뀐다. 충북교육청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올해 진로·학업 설계지원 시스템을 갖춘다. 수업·평가 내실화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로 책임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 수업처럼 자기 적성과 선호도 등에 따라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현재 충북도내 일부 고교에서도 시범 운영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진로에 맞는 과목을 듣게 하자는 취지다.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다. 대입에서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골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과 함께 진로에 맞는 심화 과목까지 3년간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교육부는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주목적이다. 전면 도입은 앞으로 2년 남았다. 문제점도 많다. 우선 학점제를 위한 제도와 기반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점제 도입을 위한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전히 수능에 유리한 과목만 수강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새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췄다. 고교 교육과정을 시수 대신 학점 기반 선택 교육과정으로 명시했다. 고교 1학년은 공통과목 위주로 듣고 2∼3학년 때 학생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 골라 듣도록 했다 '일반 선택과목', '진로 선택과목', '융합 선택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학생이 자율적으로 고를 수 있다. 고교 내신은 현행 1∼9등급제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성취평가)로 전환된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지역과 학교별 양극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어떤 과목이 개설되느냐는 학교나 교사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시와 지방, 사립과 공립, 학군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교원이 부족한 농어촌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과목에서 소외될 수 있다.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 기관을 찾게 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 평가 체제 신뢰성은 기본이다. 교원들의 평가 역량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과목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지적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교 1학년까지는 대체로 공통 과목을 수강한다. 선택과목은 주로 2학년부터다. 이 때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진로 탐색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고 한다. 진로선택에 대한 시간적 압박이다. 내신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는 점도 문제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골고루 1등급을 받기 위해 과목 선택 전 사전 모의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시험지 구하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학기 때 '지리'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1학기 '지리' 수강생으로부터 1학기 시험지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같은 교사가 1학기에 이어 2학기까지도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일종의 구조적 문제다. 대입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 교육 과정만 손본 부작용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비판은 많다. 상대적으로 연구·선도학교 학생들의 의견은 묻히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입시제도를 그대로 둔다는 건 국·영·수 과목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식 전달과 문제 풀이 학습중심의 교실 풍경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본격 시행까지는 시간이 아직 시간이 있다.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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