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 농업교육, '농민자격증' 시대 열자

2022.11.27 14:34:07

송용섭

농업미래학자 교육학박사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으면 다수의 사람은 '안되면 농사나 짓지 뭐'라고 상투적으로 답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농사는 아무나 질 수 있다는 것일까? 이는 기후변화로 폭우, 가뭄, 냉해, 태풍과 같이 빈번해진 자연재해와 인력난,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등 온갖 역경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전문 지식과 기술 그리고 정보까지 익히며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의 처지에서는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일 것이다.

그동안 40세 미만의 청년 농업경영주는 지속해서 감소하여 2020년 현재 1만2천400명, 전체 농업경영주의 1.2%로서 1990년도 14.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프랑스 19.9%, 네덜란드 8.7%, 일본 4.9%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청년농업인 비중이 극히 낮은 수준임을 직시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제시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 육성 계획을 발표하였다. 청년농업인 육성의 출발점은 현재 영농 정착률이 현격히 낮은 농고와 농대생들이 졸업 후 영농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대산농촌재단이 주최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 가능한 농업' 국제심포지엄 연사로 나선 독일 바이에른주(州), 켐프텐 농업직업학교(Kempten Ⅲ)의 명예 교감, 칼 립헤어(Karl Liebherr)의 '농민자격증'에 관한 발표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이 학교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 수업과 현장실습 병행을 원칙으로 하는 듀얼 시스템(dual system)에 있으며, '농민자격증'이라 불리는 농업직업학교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농업에 종사할 수 있고 직접지불금과 같은 각종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1학년의 경우 1주당 학교 강의실에서 4일을, 농업 현장에서 1일을 실습하고, 2학년과 3학년은 실기가 강화되어 학교 수업은 단 하루, 현장에서 4일을 실습하게 된다, 실습 교육은 최대 5명의 소그룹으로 편성하여 트랙터 유지관리, 초지 수확, 용접 등 실기 중심의 교육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학교 수업의 80% 이상은 생태학과 자연환경, 작물생산, 축산, 기계학, 농장경영관리 등 기술교육이 차지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농업마이스터 자격을 갖춘 농장주가 경영하고 적절한 실습 시설이 갖춰진 농장에서 이루어지며 학생들은 실습 개월 수에 따라 교육비를 차등 지원받는다. 모든 실습농장은 사고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사는 실습농장별 사고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여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렇게 3년 교육과정을 마치게 되면 이틀에 걸쳐 이론과 실기로 구성된 졸업시험을 치르고 합격자만 '농민자격증'을 수여 받는다. 이 졸업시험은 학교가 아닌 지방 농업회의소가 주관하여 철저하게 객관적인 외부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졸업 후 1년 이상 농장 경험을 갖추고 1.5년의 마이스터 과정을 수료하면 농업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게 되고, 2년 과정 농업기술학교를 졸업하면 농업테크니커(기술자) 자격을 부여받거나 학사, 석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독일은 농업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직업교육 차원의 학교 교육을 운영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농업고등학교는 농업 및 농업관련직에 종사할 기술인 육성에 교육목표를 두고 계속교육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농업교육협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는 순수 농고 32개교, 실업계 혼합형의 37개교 등 69개의 농업계 고등학교가 있는데 대부분 주5일 모두 학교 수업으로 진행하고, 3학년 2학기에 한시적으로 희망자만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스위스도 독일과 같이 고전적인 듀얼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장 중심의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하여 차기 교육과정 개편 시 실기 중심의 농업교육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업인 육성을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에서 엄격한 현장 수업과 졸업시험 체계를 갖추고 '농민자격증'을 부여받은 청년농업인들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자금 등을 지원하여 미래 핵심 전문농업인으로 육성한다면 젊은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걱정스러운 우리 농업, 농촌에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