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는 관선총장 시대를 맞을 건가

2022.11.23 19:25:52

[충북일보] 충북대학교가 불안에 휩싸였다. 우려했던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충북대 총장선거가 결국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 투표참여 비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학 총장선거가 구성원 3주체의 투표참여 비율합의 결렬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최근 총장선거 참여비율에 최종 합의한 한국교통대학과 대조적이다. 충북대에 쏠린 시선이 점점 더 따가워지고 있다.

충북대 교수회와 교직원회, 학생회는 그동안 수차례 만나 협의했다. 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교수회에서는 교수 70%, 교직원·학생 30%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교직원회에서는 한국교통대와 같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까지 선거일정을 결정해 통보해 달라는 2차 공문을 보냈다. 22일 3자가 만나 다시 협의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총장선거가 늦어지자 총동문회까지 나섰다. 충북대 총동문회는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장이 불철주야 뛰어도 모자랄 판에 대학구성원 간 합의가 늦어져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임기종료 3개월 내 총장후보를 추천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며 "만약 관선 총장이 임명된다면 대학자율권을 스스로 포기한 대한민국 최초 거점국립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대학구성원 간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충북대는 이번 주 안에 총장선거 참여비율 합의가 이뤄져야 올해 안에 총장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통대는 최근 교수 67%, 직원 24%, 학생 9% 비율로 최종 합의하고 다음달 5일 선거를 치른다.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올해부터 새로 바뀌었다. 충북대가 겪는 진통은 여기서 나온다. 총장선출에는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과 학생까지 참여한다. 그런데 투표반영 비율을 놓고 서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 총장선거를 치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 더 가져가려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총장 선출 과정을 관리·감독해야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교육부가 구성원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법만 개정해 놓고 갈등 원인을 나 몰라라 하는 꼴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의 몫이다. 물론 투표자 투표비율에 대한 협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교수회와 직원회, 학생회 측이 아직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법만 개정해 놓고 먼 산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그 사이 구성원들의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결국 피해는 구성원들 몫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악법도 법이다. 모든 국립대는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자칫 실기하면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관선 총장 체제가 될 수도 있다.

교육공무원법은 국회서 개정했다. 그런데 총장선거로 인한 갈등은 온전히 충북대 구성원들 몫이 됐다. 차기 총장을 선출하지 못해 노심초사다. 충북도민들의 걱정도 크다. 출마 후보자들도 애를 태우고 있다. 양보와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유를 생각하면 길을 찾기 쉽다. 투표비율은 선거의 당락을 가를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쉽게 합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은 이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총장 부재가 주는 악영향은 말로 다하기 어렵다. 총장 선거 지연은 자연스럽게 총장 공백 기간을 수반한다. 대학 발전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대학은 총장 임기 종료 뒤 3개월 이내에 교육부에 총장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기한 내 추천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교육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 과거의 관선 대학총장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 충북대 구성원들도 원치 않은 결과다. 대학 구성원들은 하루 빨리 투표비율에 합의하고 총장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게 대학발전을 위한 길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