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답이다

2022.09.25 19:20:50

[충북일보] 농민들이 쌀값 폭락으로 고통 받고 있다. 얼굴에서 웃음기를 본지 오래다. 농촌 들녘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는 참담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세계는 곡물가격 급등으로 떠들썩하다. 한국에서는 되레 산지의 쌀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 농정당국에 대한 질책도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길거리로 나서 항의하고 있다. 국회에 상정돼 있는 이른바 쌀값 정상화법인 양곡관리법 처리를 촉구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과잉 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는 이유다.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도 지난 21일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직불제를 개편하면서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했으나 정부의 늑장 대처로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어 "지난 8월 기준 충북도 쌀 재고량이 1만1천t에 달해 충북에서만 가격하락에 따른 손해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농민 생존권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공방 끝에 민주당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농정당국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있다. 쌀값 폭락의 원인을 시장으로 돌릴 수 있는 핑계거리도 있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식상하다. 예상외의 풍작으로 공급량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변명이다. 이런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농정당국의 역할은 대책을 찾아내는 일이다. 정책의 잘못에 대한 핑계 찾는 게 아니다. 국내 쌀 생산 농가는 전체 농가의 절반이 넘는다. 쌀 소득이 전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는다. 안정적인 생산이 높은 쌀 자급률을 유지하게 했다. 세계 곳곳이 식량위기로 아우성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 쌀 생산이 넘쳐 문제다. 급기야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을 별로도 제정·운용하는 이유는 양곡의 안정적인 생산과 식량 확보에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면 있으나마나한 법률이다. 문제가 있다면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농민은 물론 국민을 위한 일이다.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이유로 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농민이 아닌 정부의 눈치를 보는 셈이다. 사실 양곡관리법에 자동시장격리는 민주당이 여당인 시절 명시했다. 공익형직불제를 신설하고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시장격리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자동시장격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의무조항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선제적이지 못한 시장격리와 역공매 방식으로 인해 3차례에 걸친 시장격리는 쌀값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현재의 쌀값 폭락은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진행됐다.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현 정부에게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상정된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기존의 단서조항이나 임의조항을 삭제하고,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쌀 과잉이 심해지고, 재정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산조정이나 대체 양곡의 재배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단서조항은 관리소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일을 하게 하려고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임의조항이라면 의미가 없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는 시대다. 쌀값 안정화는 국민 전체를 보호하는 일이다. 적정 생산능력의 유지를 통한 쌀값의 안정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주요 세계 곡물가격은 평년의 두 배 내외로 폭등했다.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식량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쌀값 안정은 필수다. 한시도 쌀값 안정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해선 안 된다. 민생에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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