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화폐 예산 지원 계속해라

2022.09.14 20:38:10

[충북일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해 슈퍼마켓업체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매출 감소 등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민생을 외면한 정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올해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은 약 7천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내년엔 한 푼도 없다. 전액 삭감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2023년 행안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볼 수 없었다. 지역화폐 예산은 지난해 1조 522억 원, 올해 7천53억 원이 지자체에 투입됐다. 충북은 올해 278억8천만 원(정부 추경 59억 원 포함)의 지역화폐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도내 시·군의 전체 지역화폐 발행액 5천495억 원의 4%에 해당한다. 물론 정부 예산 지원이 중단된다고 해서 지역화폐 사업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지자체의 기존 인센티브 비율 유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할인율을 감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사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 제천시는 이미 10월부터 제천화폐 모아 월 개인 구매 한도를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조정키로 했다. 단양군도 종이형 상품권의 한도를 7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제한키로 했다. 도내 지역화폐 이용자 수는 2019년 2만 4천227명, 2020년 26만 6천593명, 2021년 54만 8천271명, 2022년 8월 기준 73만 7천791명이다. 발행규모는 2019년 470억, 2020년 5천605억 원, 2021년 9천399억 원, 2022년 8월 기준 7천954억 원으로 조사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화폐는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 덕에 지역민들의 소득이 지역 밖으로 새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역수익의 외부유출을 막고 지역 내 소상공인 매장의 매출을 늘렸다. 소상공인들의 수익은 지역 안에서 돌고 돌았다.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된 셈이다. 궁극적으로 지역소멸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지역화폐는 전국 232개 지자체 시민들의 참여로 연간 20조 이상의 소비를 이끌었다.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에 단비였다. 그런데 정부는 지역화폐를 세금으로 캐시백이나 뿌려대는 단순 재정사업으로 인식했다. 공식적으로 들고 나온 논거마저 아주 비합리적이다. 정부는 지역화폐가 특정 지역에서만 한정돼 나타나는 지자체 고유의 사무로 규정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연구 분석도 없이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지역화폐를 코로나 국면에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한시적인 정책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런 논리의 근거들은 사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이 처한 국가 차원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 빈곤을 반증할 뿐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각 지역은 발전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충북도 다르지 않다.

지역화폐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는 대안화폐다. 일종의 뉴 머니다. 지역주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지역경기 활성화의 동력으로 작용도 한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발행한 '레츠(Local Exchange Trading System)'가 시작이다. 레츠는 현재 벤쿠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10년 들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은 지역화폐의 가치를 더 높여줬다. 관건은 이 같은 지역화폐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다. 당연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끝난 게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 시기에 국가 책임은 말 할 것도 없다. 역할과 책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특히 지역화폐 지원 예산 중단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죽이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지역경제 침체는 가속화 추세다. 이제 지역화폐가 경제적 기능을 넘어 공동체 통합 기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말 그대로 비상 시기다. 한 곳이 무너지면 여러 곳이 무너지는 도미도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지역화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지원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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