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엔 선제적 투자가 효과적이다

2022.08.11 21:03:21

[충북일보] 서울 도심이 또 마비됐다. 엊그제 밤부터 내린 비 때문이다. 강남·서초 일대에서는 재난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다급하게 떠났다. 시내 곳곳에서 도로 침수는 계속됐다. 사방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하철 운행 중단으로 출퇴근 대란도 벌어졌다. 귀가하지 못해 회사에서 자거나 출근을 포기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대책이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이런 재해가 되풀이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충북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도내에서는 30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배수 지원 138건, 수목 제거 77건, 토사 유실 29건, 도로 침수 14건, 맨홀 사고 10건, 제방 붕괴 1건, 기타 30건이다. 청주지역엔 전날 하루 동안 200㎜ 이상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50㎜에 달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우가 예상되는 시·군에 산사태 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다. 충북도는 위기 경보단계를 격상하고 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집중 호우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비는 며칠 간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폭우는 단시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형성된 정체전선(장마전선) 때문이다. 강수 구역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요인이다. 국지성으로 이동하며 퍼붓는 폭우는 예측이 어렵다. 짧은 시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성도 더 크다.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키우기 쉽다. 인재성 재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물론 행정력엔 한계가 있다. 한 번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 무조건 막대한 세금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게 맞다. 그게 행정의 기본이다. 대개의 자연 재해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행정의 기본을 잘 지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난은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재난에도 불평등이 존재하곤 했다. 특히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다. 이번 서울 신림동 일가족 사망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살던 장애인 가족은 '물폭탄'에 속수무책이었다. 119로 구조 요청이 몰리면서 119는 한동안 먹통이 됐다. 구조대가 뒤늦게 출동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 충북도는 서울의 불행을 반면교사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지하 주택 개선안은 물론이고 동 단위까지 세분화한 조기경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난신고 통신 회선 증편 등 구체적인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인명 피해 예방에 힘을 모아야 한다. 상습 침수 지역이나 산사태 우려 지역 거주민들의 안전을 재차 점검하고 대피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 우선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 이재민 보호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응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번 폭우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앞으로 더 잦아질 수도 있다. 하늘만 탓할 순 없다. 극단적 상황을 전제로 한 자연재난 대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극적 대응으론 반복되는 물난리를 막을 수 없다. 충북도내 전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충북도는 전문가들과 함께 강 주변의 제방, 하천, 도심 내 소하천의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원활한 흐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리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 예상 지역 거주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알려야 한다. 자연 재난을 완벽하게 막기는 쉽지 않다. 위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달려들지 모른다. 선제적 투자가 그나마 현실적 대책이다. 그런데 소득 양극화 심화에 따라 정부의 복지 예산 지출이 단기간에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덩달아 선심성 예산 지출을 늘렸다. 안전 부문 투자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방의회마저 안전 부문에 대한 예산 배정 심사에 소홀했다. 결국 안전 대책은 일이 터질 때마다 예산 타령만 하다 소극적으로 끝나곤 했다. 이제 이런 나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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