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취업 무엇이 문제인가

2022.02.07 16:33:35

[충북일보] 공직자의 헌신은 공적 업무의 가치를 높인다. 공공기관을 믿게 하는 원천이다. 공직자의 책임은 언제나 권리보다 크다. 규범을 만들어 권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를 꼽을 수 있다.

*** 병폐 진앙지 미리 없애야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96건의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를 했다. 9건의 취업을 불허했다. 하지만 대부분 승인했다.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퇴직 4급 이상 공직자 절반 이상이 재취업했다. 대부분 공공부문이나 정부 입김이 세게 미치는 유관 협회 등이다. 취업 심사를 받은 청와대 출신 인사는 모두 65명이었다. 61명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34명은 공공기관과 공기업, 정부 유관협회 등에 재취업했다. 9명은 대기업·외국계 기업에 둥지를 틀었다.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취업예정기관의 관련성이 인정된 건 7건뿐이다.

윤리위 심사가 좀 더 치밀하고 엄격해야 한다. 잘못하면 현직의 공직기강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공직자 중 재취업 제한 규정을 어긴 2명이 적발됐다. 충주의료원과 괴산군에서 일했던 2명을 포함해 모두 28명의 불법 재취업 사례가 확인됐다. 직무 관련 비위로 파면·해임된 공직자는 취업이 제한된다.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직자도 민간기업 등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들의 불법 재취업은 여전하다. 대부분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로 면직되거나 당연 퇴직한 공직자들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비위 면직자 등 1천79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취업실태를 점검했다. 취업제한규정을 위반해 다른 공공기관이나 직무 관련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다수를 적발했다. 공무원 취업제한 제도가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주에선 퇴직 공무원들의 민간 건설회사 재취업이 유행이다. 민간주도 개발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공성 없는 개발사업들이다. 청주시는 그저 방관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도시개발 사업의 배후는 인·허가를 관장하는 전직 공무원들이다. 고위직 퇴직공무원부터 하위직까지 다양하다. 업무 연관성 있는 곳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의 역할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퇴임한 김 모 전 청주부시장의 재취업은 대표적 사례다. 김 전 부시장은 모 건축감리회사 부회장으로 재취업했다. 이 업체는 국내 굴지의 종합감리회사다. 도로와 건축, 도시계획, 건축 분야에서 타당성 조사와 설계, 감리와 평가를 맡고 있다. 최근엔 청주의 서오창테크노밸리 산업단지의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 인·허가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 전 부시장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충북도 토목·건축직 국 과장 출신도 있다. 청주시 건축·토목직 출신 퇴직자 역시 재취업률이 높다. 조속한 사업승인과 각종 민원을 전관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상 정년보다 1~2년 이전에 퇴직한다. 후배들에게 승진기회를 준다는 명분이다. 이 지점부터 후배들이 퇴직자들을 지원해주는 병폐가 생겨난다.

*** 취업 심사과정 공개해야

정권 말기나 큰 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퇴직은 잦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곳에 취업 사례도 적지 않다. 공직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취업이 가능하다. 물론 퇴직일로부터 3년 내 재취업을 할 경우다.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기제다.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한 제어장치다.

공직자 재취업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먼저 행정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른바 짬짜미 행정이다. 전·현직 공무원들끼리 서로 이익을 나누는 꼴이다.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이유다. 취업심사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행정은 주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는 행정이 공정할 때 확보된다. 하지만 전관예우가 있는 한 행정이 맑아지긴 어렵다. 신뢰도 확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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