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의 설화(舌禍)

2021.12.13 15:41:01

[충북일보] 말(言)에 대한 주제를 이어간다. 지난주엔 말의 책임을 강조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언책(言責)을 물었다. 이번엔 말의 품격에 대한 요구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설화(舌禍) 때문이다.

***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지사는 택견의 고장 충주 출신이다. 무예를 아주 좋아 한다. 각종 무예관련 대회나 행사도 여러 번 열었다. 지역대회를 전국대회, 세계대회로 발전시켰다. 예산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엔 말이 문제였다.

충북경제포럼 창립 23주년 기념식이 지난 9일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렸다. 이 지사는 이 자리서 축사를 했다. 충주세계무예축제와 무예마스터십 추진 이유 등을 설명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발발 이유가 조선의 무예천시라고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뒤이은 위안부와 환향녀(還鄕女)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을 무예를 천시한 대가라고 했다. 병자호란 당시 환향녀 공출 역시 무예정신 부족이라고 했다. 야권은 즉각 이 지사 규탄 성명을 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설화다. 국가 재난엔 여러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무예천시나 무시가 작은 원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주요 원인이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없다. 자신의 논리를 강조하다 생긴 말실수 가능성이 더 크다. 설화의 사전적 의미는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다. 말 그대로 말을 잘못해 화를 당한다는 뜻이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해야 는 게 말이다. 말 한 번 잘못해 치명타를 입은 사례는 많다.

공인(公人)의 말 한 마디는 메가톤급 폭탄이 될 수 있다. 공인은 그냥 내뱉듯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한 마디가 그 누구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에 대한 신중함은 공인들에게 필수적 덕목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말이어야 한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역시 말이다. 기분 따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해선 안 된다. 적어도 공인이라면 말에 진중해야 한다. 한 번 내뱉었다면 책임을 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공인의 자격이다.

역설(逆說)이란 참 어려운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히 모순되고 부조리하다. 하지만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을 말한다. 일종의 모순 어법이다. 통찰의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압축할 때 쓰곤 한다. 대표적인 표현으로 '침묵이 곧 웅변', '지는 것이 이기는 것',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등이 있다. 서양 격언에도 있다. 바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다.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론이 틀렸다는 데 방점이 있다. 이 지사의 표현은 어떤가.

말은 지나온 발자취에서 우러나온다. 하지만 때론 의도한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 단순히 선의에만 기초한 말로는 부족하다. 부작용을 고려한 현실적인 문장까지 만들어야 한다. 나쁜 결과가 예견되는데도 선한 의도만 앞세우는 건 어리석다.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의도가 좋아도 결과가 나쁜 게 현실이다. 선의만으로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이 지사가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 공인은 결과로 책임져야

각종 사회 현장에서 선의의 역설은 아주 많다. 선의로 시작한 행동이 역효과를 낳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어리석고 비열한 세상 탓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한다. 행동 패턴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후자가 공인의 자세다. 공인은 누굴 탓해선 안 된다. 결과로 책임져야 한다. 공인이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이유다.

이 지사는 상황 수정을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공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말에 대한 책임이다. 작정하고 한 말이 아니더라도 다르지 않다. 이 지사의 발언에 악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논리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 문제는 적절하지 않은 비유다. 자칫 자존감을 해하는 언사(言辭)로 느껴질 단어의 선택이다.

이 지사는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실수이든, 잘못이든 오해를 풀어야 한다. 이미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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