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운 쇠퇴 불러온 '30년 政爭'

2021.11.30 16:25:13

[충북일보] 국운(國運)은 나라의 운명이다. 우리 역사에서 당파싸움과 세도정치는 국운의 쇠퇴기를 불러왔다. 민중들은 지배세력에 고혈을 바쳤다. '절대 악(惡)'에 맞서 간헐적인 봉기가 일어났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해방 76년 뭐가 달라졌나

당파와 세도가에 점령된 조선왕조는 일제 강점기를 자초했다. 1945년 해방 후 좌우 간 극한 대립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태동을 예고했다.

유신독재로 불린 군사정권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시해사건으로 끝났지만, 무력했던 최규하 정권은 또 다시 전두환 군부독재를 야기했다.

간선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은 1987년 12월 국민들은 흥분했다. 곧바로 민주정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야권은 분열했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11대 대선에서도 민주 진영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반면 야권에서 뛰쳐나와 3당 합당의 승부수를 던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김종필·박태준은 DJP 연합을 통해 정권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여권은 역사적 정통성을 김대중이냐, 노무현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라졌다.

민주당 계보를 이은 김대중 정부가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최초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도 실패한 정부였다. 기득권 세력을 뛰어넘지 못해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노무현 국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험용 정책'이 수두룩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가관이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지 않고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은 폭등하면 세금 인상, 폭락하면 세금 인하 등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시절 부동산 정책은 과거와 달랐다. 철저하게 시장의 원리를 존중했고, 시장의 원리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서민과 중산층들은 임대아파트 등 공공의 지원을 받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떠할까.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보다 더 심했다고 평가한다. 폭등과 폭락을 대비한 정책마다 엇박자를 드러냈다.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빅 2'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보면 과거 정부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땜질씩 처방만 내놓는다. 기본주택 또는 대출규제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에서는 기본주택을 사회주의적 개념으로 이해한다. 통상 주택가격 대비 60%이었던 대출한도액을 70~80%로 올리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월 몇 백만 원을 받는 직장인들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30년가량 쪼들려야 하는 정책이 왜 그렇게 좋은 정책인지 다시 한 번 따져 보아야 한다.

문제는 정치시스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치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승자 독식의 구조로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진 4대 18년 동안 대통령은 제왕이었다. 모든 인사권을 쥐었고, 모든 정책을 총괄했다. 기업과 국민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툭하면 개헌을 얘기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개헌을 금기어로 만들었다.

주구장창 정쟁에 앞장섰다.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진영의 대통령에 만족했다.

마치 조선조 후기 세도정치 시기와 비슷하다. 안동 김씨는 1800~1834년 김조순의 딸 순원왕후를 뒷배로 정국을 쥐락펴락했다.

이어 풍양 조씨 일가는 1834년 헌종의 모친을 기반으로 15년 간 세도정치를 폈다. 그러다가 1849년 안동 김씨 세력에 다시 주도권을 빼앗겼다.

3대 60년에 걸친 세도정치는 결국 국가의 멸망을 불러왔다. 직선제 도입 후 34년이 지났는데도 개헌이 이뤄지지 못한 우리 정치도 곧 망국의 길로 접어들 태세다. 이게 바로 역사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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