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종 전 교육감이 청석학원 설립자인 김원근·김영근 선생의 생애와 학원경영 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유성종 전 교육감은 청석학원 설립자 두 형제 가운데 동생인 김영근 선생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운을 뗐다.
최근까지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청주대학교 사태에 대해서도 "청주대학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청주대의 문제가 있더라도 김원근·김영근 선생 형제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참뜻을 이어받는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원근·김영근 선생의 생애와 학원경영 철학에 대한 생각은.
"김영근 선생을 지민사업가(志民事業家)라고 했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민족계몽과 지역발전에 뜻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욕심도 없었다. 김영근 선생은 백가지의 공(功)을 형님한테 돌렸다. 스스로를 낮추며 겸허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다. 명예욕이 없었던 것은 물론 많은 돈을 벌어 재벌급으로 성장했지만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사사로이 쓰지 않았다. 평생 무명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에 고무신이 전부였을 정도로 검소했다. 조치원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조그마한 방에서 살았다.
김원근·김영근 형제는 학교를 설립했지만 결코 학교운영에 직접 간섭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도 사회의 공유물이다. 개인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신념이 확고했다. 두 형제는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학교의 주인인 교주(校主)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원근·김영근 두 설립자 형제의 우애가 남달랐던 것 같다.
"형은 아우를 사랑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한다는 형우제공(兄友弟恭)을 평생 실천한 분들이다. 특히 김영근 선생은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희사해 학원을 설립하고도 모든 공(功)을 형님에게 돌렸다. 청석학원의 기반인 청주상업학교와 청주대학의 설립인가서도 김영근 선생 명의로 돼 있다. 하지만 석정 선생은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다. 모든 공을 형님한테 드리는 것을 당연한 '의리'라고 생각했다."
◇김영근 선생이 형인 김원근 선생을 부모처럼 믿고 따랐다는데, 어느 정도였나.
"김영근 선생은 청주상업학교를 설립할 당시 큰 금액인 25만 원을 형의 이름으로 쾌척하고도 낙성식과 개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내가 한 것도 없는데, 형님하고 나란히 단상에 올라가 앉을 수는 없다. 내가 단상에 올라가면 아버지처럼 모시던 형님의 빛이 덜 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학원의 각종 초청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명예나 권한을 전부 형님한테 돌리며 자신을 낮춘 것이다."
유성종 전 교육감이 청석학원 설립자인 김원근·김영근 선생의 생애와 학원경영 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대성학원 시절, 청주상업학교와 청주대학 설립인가 명의가 김영근 선생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나.
"청주상업학교 설립명의는 김영근 선생이고, 형님 김원근 선생은 경영자인 이사장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청주상업학교 설립인가를 내줄 때 발행한 인가증서에 '김영근'이라고 적혀 있다. 청주상업학교 1회 졸업생들의 졸업사진첩에 인가증서 사진이 실려 있다. 청주대학도 김영근 선생의 명의로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영근 선생은 이사로 명의만 올려놓고 대성학원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형님의 학원경영을 묵묵히 성실하게 도왔을 뿐이다. 모두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청주대학 문제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실 청주대학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김원근·김영근 선생 형제의 뜻을 어긴 후손들이 문제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끼어들어 편들고 배척하면서 이른바 청주대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청주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청주대문제는 김원근·김영근 선생이 어떻게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는지를 후손들이 되새겨보고, 두 설립자가 평생 실천한 형우제공(兄友弟恭)의 마음가짐을 본받아 결자해지하면 자동 해결된다. 문제의 근본을 밝혀 해결방법을 찾고, 그 방법만 제대로 실행한다면 청주대학은 국내 사립대학 중에서 가장 선두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대학문제 발생의 원인은.
"청주대학은 국내 최고의 사립대학이라고 불리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에 못지않게 아주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라면 후손들이 설립자 형제의 뜻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대성학원 이사장인 김원근 선생이 돌아가시자 직전까지 상임이사였던 아들 김준철 전 청주대 총장이 후임 이사장이 됐다. 이사장 취임사를 내가 썼다. 이때 '혁신의 이념'을 주지(主旨)로 담았다. 그 당시 혁신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같은 가장 진보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김준철 전 이사장은 나중에 이를 왜곡했다. 대학운영 주체에서부터 학원가족 모두가 혁신하겠다고 취임사를 하고서도 자신은 빠진 채 교수나 직원들에게만 혁신하라고 요구했다. 혁신의 이념을 자신의 관리체계를 강화하는데 곡용(曲用)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거다. 또한 자신을 대성학원의 교주(校主)라고 여겼다. 설립자나 후손은 명예로운 관리자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유성종 전 교육감이 청석학원 설립자인 김원근·김영근 선생의 생애와 학원경영 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후손들이 설립자 형제의 마음가짐을 잊고 동기간 우애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건가.
"김원근 선생이 돌아가시고 학원 운영권을 승계한 김준철 이사장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선대의 뜻을 본받아 동기간 우애를 지킨 것이 아니고 거꾸로 했다. 김준철 이사장은 양 아버지인 김원근 선생의 적통을 이어받겠다는 생각에 실제 자신의 친아버지인 김영근 선생의 손자, 즉 친조카들과 우애를 소홀히 했다. 김영근 선생이 서거하자 대성학원 '이사'자리 하나도 조카들에게 내주지 않았다. 김영근 선생은 생전에 학원이사로 등록돼 있었는데 김준철 전 총장은 학원경영에서 자기의 혈족인 김영근 선생의 후손을 완전히 배제했다. 청주대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때부터 후손들의 다툼이 시작됐다. 더욱이 청주대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한쪽 편을 들고 가담하면서 이 문제는 더 커졌다. 김준철 전 총장의 또 한 가지 실수는 자신의 아들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에게 동기간의 우애를 가르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준철·김윤배 전 총장 부자는 동기간의 학원경영 참여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청석학원 후손들과 청주대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후손들은 설립자 두 형제의 우애를 되돌려 놔야 한다. 사립학교는 사회의 공기(公器)다. 후손들은 교주(校主)라는 생각과 사심을 버리고 명예로운 학원승계자로, 관리자로 만족해야 한다. 설립자 형제는 학교를 자기 사유물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후손들 스스로 풀어내지 않으면 청주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청주대 구성원들도 대리전을 멈춰야 한다. 교수는 교수의 자리로 돌아가고, 교직원노동조합은 처우개선 등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만 목소리를 내면 된다. 총동문회도 어느 편에 서서 청석학원 경영에 간섭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대학구성원들이 대리전을 중단하면 청주대문제는 해결된다."
◇청주대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많다. 장래를 어떻게 예상하나.
"김준철 전 총장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김 전 총장은 대학발전기금을 국내 사학 중에서 최고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김 전 총장의 가장 큰 공로이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청석학원은 설립자측이 학교재산을 횡령하거나 착복한 일이 없는 모범사학이다. 대학발전기금도 많이 적립돼 있기 때문에 동기간 우애만 회복하면 청주대학의 미래는 창창하다고 본다." /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