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활터

2020.11.26 19:57:39

활터
                         한상우
                         충북시인협회




드문 발길 어깨에 걸고
옛 동무 사대에 올라 보니
낡은 사진만 네온 불에 흔들립니다

저녁부터 걸어온 비는
밤이 깊도록 과녁을 내려 놓지 못하고
나뭇가지 끝에 걸어
화살에 싣습니다

숲길 넉넉히 흐르던 옛 웃음이
낙엽 속으로 바스락 젖어 들어
알게 모르게 피고 진 이끼가 돌탑이 됩니다

웅웅 거리던 도시 불빛이
한적하게 기울어
길어져 가는 그림자가
고개 숙여 뒤 따릅니다

마지막 화살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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