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언어는 막말인가

2020.11.09 16:26:44

[충북일보] 정치권의 막말이 끊이지 않는다.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다. 최근 여권의 막말은 아주 위험할 정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침이 도를 넘는다.

*** 품격이 사라진 정치언어들

최근 여권의 막말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시작했다. 지난 4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살인자"라고 했다. 물론 뒤늦게 "과했다"며 사과했다. 하루 뒤엔 박범계 의원과 이정옥 장관이 갑질과 망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틀 뒤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국토교통부 누군가에게 전화로 항의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 목격됐다.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빨리 들어오라고 해", "이 XX들 항명이야, 항명" 대략 이런 내용이다. 참 안쓰럽고 한심하다.

국회의원, 장관, 비서실장 모두 중요한 자리의 공인이다. 싸움의 말이 아니라 소통의 말을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말을 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막말로는 소통할 수 없다. 공동체의 미래를 지향하기도 어렵다. 막말이 횡행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니 적대감만 가득하다. 증오의 감정을 앞세우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순간적인 감정에 매몰돼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사회는 분열되고 국가공동체는 추락한다.

인간은 말로 생각을 표현한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다 뱉을 순 없다. 막말은 해선 안 되는 말이다. 막말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와 치명타를 날린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거나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나쁜 선례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발견된다. 요즘 정치권의 막말은 해프닝 수준이 아니다. 우스개는 더욱 더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오직 나와 내 편만 생각한다. 제 몸이 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불 속으로 날아드는 불나방과 다르지 않다.

정치권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여야 모두 상대의 꼼수에 대항하기 위해 막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의 책임이나 허물을 눈감아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 논리가 정말 허접하고 옹색하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자신만의 언어를 생산·보유해야 한다. 소설가 김훈은 정치권을 향해 일갈한다. "말이 병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알아들어야 한다. 말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언어는 언제나 정제돼야 한다. 품격이 실종된 언어는 병든 막말이다. 막말 정치의 종착점은 정치권의 공멸이다.

국문법의 품사로 치면 정치인은 동사다. 명사가 아니다. 정제된 말을 하는 정치인이 품격 있는 정치인이다. 꿈을 좇는 정치인이 꿈을 해결할 수 있다. 정치는 그렇게 정치인이 무엇을 '하느냐'로 이어진다. 그것들이 모여 정치에 무수한 다양성을 입힌다. 그런 다양성이 정치 과정에서 국가 질서의 기본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첨예한 진영논리가 적대적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바야흐로 막말이 정치를 지배하려 한다. 과연 정치가 뭘 할 수 있을까.

한자어 품(品)자엔 입 구(口)자 세 개가 모여 있다. 입이 세 개 모여 이뤄진 글자다. 분수나 격, 어떤 수준을 뜻한다. 말이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을 만든다는 의미다.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란 얘기다. 천금과도 같은 말의 무게를 응변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인들의 발언은 품격과 품위를 상실하고 있다. 정치언어가 천박하게 추락했다.

*** 일류 국민에 하류 정치인들

이념도 좋고 집권도 좋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 막말이나 할 거면 애당초 정치에 발을 담그지 말아야 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정치인의 말엔 언제나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류 정치를 할 수 있다. 막말은 하류 정치에서 나온다. 일류 국민을 하류 정치에 맡길 순 없다. 일류가 하류를 바꿔야 한다. 말은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행동은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생각이 말과 행동을 지배한다. 반복된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진다. 처음 생각이 아주 중요하다. 처음 어떤 생각이 다음의 어떤 말과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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