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의원 '육참골단'

2020.11.02 16:16:48

[충북일보]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다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정순(청주 상당)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처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은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전략을 구사했다.

*** 작은 것 버려 큰 것 살린다

청주지검은 정 의원의 구속영장을 지난 1일 청구했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두 가지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정 의원은 이틀 후 검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2일 오후 3시부터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 영장실질 심사가 열리고 있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로 민주당은 얻은 것이 많다. 우선 '추미애-윤석렬'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국민의힘을 공격할 역공의 발판도 마련했다. 방탄국회 오해도 풀었다. 체포동의안 처리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21대 국회 들어 가장 신속히 이뤄졌다. 민주당은 이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을 조준하고 있다. 박 의원은 피감기관으로부터 1천억 대 공사 수주 의혹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소속 정당이던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민주당의 승부수였다. 적어도 정치공학적으론 탁월했다. 의원직 하나를 잃더라도 더 큰 승리를 도모하려 했다. 당내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담았다. 야당의 공세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이중의 전략이었다. 반격의 기회도 함께 잡았다. 민주당에 곱지 않은 민심을 반영한 일석이조의 방편이었다. 여러 악재를 날려버린 한 방이었다. 이낙연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현재 민주당 안팎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도 담았다.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역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도 읽힌다. 하지만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 역시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은 지금 검찰 개혁이라는 소규모 전술에 함몰돼 있다. 큰 틀의 전략적 유리함에도 전술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적폐수사 강조는 어느새 검찰권 남용으로 바뀌었다. 검찰의 칼날이 내게 향하니 잣대가 바뀌었다. 육참골단은 변화무쌍한 정치권의 쟁패에서 자주 쓰인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려 할 때 쓰는 책략이다. 민주당이 정 의원에 대해 처음부터 육참골단 자세를 보인 건 아니다. 수사 초기엔 그저 방관했다. 되레 보호하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달라졌다. 체포동의안을 방탄국회 인상을 지우는데 써먹었다. '추미애-윤석렬 갈등열전'을 끊는 도화선으로도 이용했다.

갈등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길어질 수도 있다. 다만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건 경계해야 한다.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좋지 않다. 바른 정치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여야는 서로의 방식으로만 개혁을 외친다. 추 장관과 윤 총장도 비슷하다. 자신의 정당성만 외쳐대고 있다. 기득권을 절대로 놓으려 하지 않는다. 당연히 답을 찾기 어렵다. 해결될 리가 없다. 내 걸 내놓지 않고 남 것만 내놓으라니 해결이 만무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살불살조(殺佛殺祖)가 답이다. 물론 개혁에 대한 역설의 논리다. 나무는 떨굼으로 비로소 성장한다. 진보는 진보를, 보수는 보수를 버려야 한다. 나는 나를, 너는 너를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근본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진보도 도구이고 보수도 도구일 뿐이다. 법무장관도, 검찰총장도 검찰개혁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 민주당의 사석작전인가

정치판에 바둑판 격언을 대입해 본다. 바둑에선 돌 몇 점을 희생시키더라도 선수(先手)를 잡는 게 중요하다. '하수는 돌을 아끼고 상수는 돌을 버린다'는 속담도 있다. 하수는 자기 돌을 하나라도 죽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고수는 다르다. 사석작전(捨石作戰)에 능하다. '버림돌'을 잘 써야 고수다.

내려놓지 않고 비우지 않고선 무엇도 할 수 없다. 문제를 일으키는 패러다임부터 깨야 한다. 대신 도움을 주는 패러다임에 힘을 실어야 한다. 나를 가두는 패러다임이 문제를 일으킨다. 정치권도 생각의 틀부터 깨야 한다. 수단이 목표의 가치보다 높을 순 없다. 주객전도는 부작용이다. 민주당이 '정정순'이란 돌을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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