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4년 ①제재 낮고 비공개 만연 …사문화 논란 지속

공직 내부, 위반신고 감소에 생활 속 규범 정착 평가
개인정보보호법 상충 부정청탁 조치 결과 공개 안 해

2020.09.22 20:46:49

편집자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을 맞는다.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까지 공직 비리가 감소할 것이란 국민적 기대와 민간 영역까지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우려가 첨예하게 상충됐었다.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을 계기로 동력을 얻어 국회를 통과한 청탁금지법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대변하는 공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 잣대가 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도 예외 없다. 최근 청탁금지법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사정을 반영해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을 20만 원으로 상향, 한시적으로 완화되며 이젠 '고무줄 법' 논란에 휩싸였다. 본보는 미완(未完)의 법으로 출발한 청탁금지법이 걸어온 길과 부작용,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진단한다.

[충북일보] 청탁금지법은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하며 '김영란법'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달 27일 공포됐다.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법안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되며 민간영역까지 공직자의 신분을 확대 부여했다.

법안은 크게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세 갈래로 구성돼 있다. 금품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즉시 신고해야 하며, 신고 의무를 어길 시에는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각급 공공기관에 접수된 위반신고는 총 8천938건이었다.

위반유형별로는 부정청탁이 5천863건(65.6%)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 등 수수 2천805건(31.4%), 외부강의 등(초과사례금) 270건(3%)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9월 28일 ~2017년 1천559건, 2018년 4천379건, 2019년 3천 건으로, 2018년을 정점으로 2019년에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공직 내부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생활 속 규범으로 정착해 가면서 위반신고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공직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각종 편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민 법 감정에 역행하는 솜방망이 처분되거나 위반행위가 공개되지 않아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위반신고 건수(8천938건)에서 지난해 말까지 제재 절차가 진행된 경우는 15.6%(1천391건)였다.

이 중 621명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실제 형사처벌 및 과태료·징계부가금 등 제재가 이뤄졌다. 나머지 770명은 수사나 과태료 재판 중이이었다.

충북경찰청 집계결과 청탁금지법 위반사례는 8건, 해당 사건으로 16명이 검거됐다.

충북도청의 경우 시행 첫해 2016년 2건, 올해 2건이 접수됐는데 실제 제재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법을 위반한 공직자가 자진신고 했을 경우 형사처벌 등 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꺼리고 있다.

법에서는 기관장은 소속 기관 내 부정청탁 사례와 조치 내용을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도와 각 시·군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청주시청 공무원 A씨는 직무관련자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지난해 12월 약식기소(벌금 500만 원)됐고 B씨 등 3명은 직무관련자에게 향응을 제공받아 견책 처분을 받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공개 여부가 강제성이 없는 데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신상을 가리고 처분 결과만 공개한다고 해도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안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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