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보존과 개발 신중히 선택해야

2019.04.22 20:25:57

[충북일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공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의 공원 396.7㎢가 일몰제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1일, 앞으로 1년 3개월 남았다. 청주도 예외가 아니다. 일몰제 시행 전 해제시점이 앞당겨질 것 같은 도시공원 내 토지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청주 구룡공원은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런데 도시계획시설 해제 시점이 일부 앞당겨질 것 같다. 구룡공원에 포함된 성화동 일원 전답 등 8필지, 1만3천361㎡가 일몰제(2020년 7월)와 별도로 도시공원 해제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청주시 자체 예산이든, 민간개발을 통한 기부채납이든 용지 확보를 서둘러야할 시점이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난개발을 막을 기회마저 잃게 될 수 있다.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이 지날 때(실효)까지 집행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관리계획 입안권자(청주시장)에게 계획시설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이 8필지도 토지 소유자의 해제 신청으로 시작됐다. 입안권자는 해제 신청이 들어오면 3개월 이내에 해제 수립 여부를 소유자에게 알려야 한다. 6개월 이내에 의회 의견수렴과 도시계획심의 등을 거쳐 해제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해제 절차에 착수한 8필지는 구룡터널을 지나는 도로에 접해 있다. 도시공원에서 풀리면 바로 개발행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른 토지 소유자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시설 실효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해제를 요구하는 연쇄작용이 나올 수 있다. 구룡공원을 보존하려면 지체 없이 자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민간개발 업자를 조속히 선정해 보존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청주시에 시간이 얼마 없는 셈이다.

청주시는 일몰제 적용 전까지는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반 동안 실시계획을 마련해 수용 절차까지 밟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일몰제가 적용되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오로지 협의보상을 통해 땅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는 토지 소유자가 땅을 안 팔면 그만이다. 속칭 '알박기'도 가능해 진다. 토지 소유자가 직접 건축행위 등 개발을 해도 된다.

구룡공원은 청주의 중요한 숨구멍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과 보존을 놓고 찬-반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청주시가 이제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칫 때를 놓치면 숲 전체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버리는 게 지혜롭다. 지역주민과 개인소유자, 시민·환경단체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녹지를 없애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녹지를 시민들 품에 안겨주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청주시는 도시공원 문제 전반에 대해 확실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환경, 교통, 재정 문제는 물론 사안별 우선순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구룡공원에 대한 입장도 정확히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도시공원 문제는 거의 모든 도시가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핵심은 '선택의 문제'다. 공원지역으로 정한 곳인 만큼 최대한 지키는 게 맞다. 하지만 재정에 한계가 있으니 모든 지역을 공원으로 지켜낼 수는 없다.

청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해제 시기까지 어떤 결정도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이미 구룡공원에 자체 예산을 들여 생태·환경 중요지역 일부를 매입·보존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민간특례 방식에 의해 선정된 개발업체에서 매입·기부하면 보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 실현은 일몰제 전에만 가능하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도 민간특례의 긍정적 영향에 귀를 기울여봐야 한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시민피해도 커진다. 최소한의 개발 기준을 정해 '반드시 지킬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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