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명문고 논란 매듭질 '옥동자' 탄생시킬 것"

2019.04.21 19:59:37

[충북일보] 국가가 먼저 인재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충북 교육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마저도 SKY출신 의존도가 역대급이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이미 대학도 회사도 국가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재상을 원한다." 과연 그럴까 매우 궁금했다. 최근 명문고 문제와 관련해 김 교육감의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은 시간 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책 욕심이 많아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정독은 못하지만 한 달에 10권 정도를 구입해서 절반은 읽는다. 김훈 작가를 좋아한다. 필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김 작가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를 틈날 때마다 읽고 있다."

◇요즘 교권 추락에 대한 염려가 높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권 침해를 받은 교사들을 위해 지난해 2학기에 교권보호지원센터를 독립 전담팀으로 개편하고 교권보호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교권침해 상황에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아울러 현장 조사와 법률지원, 심리상담·치료, 교단 복귀 후 사후 관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선 교육감으로 느낀 점은

"2014년 16대 충북도교육감에 선출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5년여 가량 교육감직을 수행했다. 보람을 느낀 정책으로 행복씨앗학교와 충북행복교육지구, 초록학교를 꼽고 싶다. 행복씨앗학교는 역량 있는 민주시민으로 함께 성장하는 공교육 모델학교를 지향한다. 충북행복교육지구사업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계획하고 추진하며 지역 내 교육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교육 공동체 사업이다."

◇아쉬운 점도 있을 법하다

"교육비전과 철학,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견과 논란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든 항상 존재해 왔다. 소통과 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모적인 논쟁으로 인해 추진돼야 할 교육정책에 불신이 생긴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아이들과 학부모의 몫으로 전가될 뿐이다. 궁극적으로 충북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줄이고 정책을 공론화하는 장과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합의기구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기회의 평등을 강조해왔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충북교육의 교육비전은 '함께 행복한 교육'이다. 차별 없이 모두를 배려하는 따뜻한 교육복지를 지향한다. 유치원 누리과정과 도내 무상급식 전면 시행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중앙정부와 충북도, 각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교육기회의 평등과 보편적 교육을 위한 정책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특히 충북형 교육복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누리과정 지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격차 해소와 복지 증진을 위해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비와 현장체험학습비, 교복비, 교과서 등 맞춤형 교육비도 지원하고 있다."

◇인재에 대한 철학이 기존의 개념을 뛰어 넘는다. 바람직한 인재상은

"종래의 교육의 목표는 '쓸모 있는 사람',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이었다.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의 인재는 베스트 원(Best-one), 넘버원(Number-one) 등으로 일컬어지는 모범생, 우등생이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진보적 교육관으로 학생을 바라봐야 한다.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사회적 감성능력, 민주시민 역량을 가진 '사람다운 사람'이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다. 넘버원, 베스트원이 아닌 온리원(Only-one)이 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자사고를 포함한 명문고 설립여론이 반대보다 높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역시 학부모들의 교육관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산업화시대의 특정한 틀에 매여 있어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학교는 좋은 교육을 하는 학교다. 명문고의 개념도 같아야 한다. 흔히 생각하는 명문고는 좋은 아이들을 몰아서 받는 학교를 말한다. 선발효과에 매여 있는 학교는 학교효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옛날 명문고가 그렇다. 대들보감을 모아 대들보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옛날에는 통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대들보감을 모아 모두 대들보감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시대다. 실제 학교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현재의 정시 25%+수시 75% 시스템을 어떻게 보나

"정시는 폐지해야 한다. 80%까지 나아가다 현재는 역주행하고 있다. 정시에 목매는 강남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과잉된 이유다. 자신들의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해주기 위해서다. 이들에게는 옛날 방식의 학력고사 즉 현재는 수능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종도 완벽한 대책일 수 없다. 그러나 학종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대학 적응력이나 열린 대학 과정의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지역 학생들에게도 사실상 유리하다. 스펙을 스토리로 바꿔야 한다. 스펙은 코디들이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스토리는 가공될 수 없다. 좋은 여건보다 좋지 않은 여건에서의 스토리가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학종이 스토리 위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교원대부고 오송 이전+전국단위 모집', 쉽지는 않겠지만 양 리더들이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명문고 논쟁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명문고 논쟁의 초점은 '선발효과를 포기하지 말라'다. 사실 현재까지 선발효과를 소홀히 했다. 학교효과를 일구는 게 교육 본연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선발효과도 챙길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 전국모집이 아니라 세계모집이라도 해야 한다. 낡은 제도,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불가능한 제도는 접어두고 미래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보다는 세계적인 개념이다. 대한민국이 교육 강국을 넘어 교육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개발원에서 국립대학 부설학교를 통해 실험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충북의 교원대부고를 대통령 공약 실험이 아닌 미래형 모델을 실험하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특혜교육, 엘리트교육의 개념이 아닌 균형발전의 논리를 적용하자는 얘기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균형발전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정주여건이 뒤따르지 않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 각종 기관이나 기업 임직원들의 자녀들이 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교육감으로서 충북에 임직원 자녀들이 올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데 깊게 공감한다. 앞으로 정치적 노력을 과제로 삼고 관계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

◇끝으로 163만 도민들께 당부의 말씀은

"최근 명문고 관련 말들이 많은데 이시종 충북지사와 전혀 마음의 거리나 앙금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코드가 다르지도 않다. 지사의 문제의식에도 크게 공감한다. 사실 교육 분야에 몸담으면서 행정 마인드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 지사의 경우 입법까지도 참여했던 정치가 출신이라 스케일이 크다. 그동안 언급했던 이야기들이 곧 정치적인 용의를 말씀하신 것이라 본다. 이번 논란이 불협화음으로 그치지 않고 협력관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통과의례로 봐주셨으면 한다. 머지않아 명문고 논란의 매듭을 지을 '옥동자'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 대담=김동민편집국장·정리=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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