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 덕에 백수오 업체가 떴네

2017.09.03 14:41:18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수익 의혹에 몰려 자진 사퇴했다.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수상한 주식 중 대표적으로 표적이 된 종목이 내츄럴엔도텍 주식이다. 이 전 후보자는 이 업체의 주식으로만 약 5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업체다. 이 전 후보자는 2013년 5월 건강기능식품회사인 내츄럴엔도텍의 비상장 주식을 2억2천만 원어치 매입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했던 업체의 주식에 과감히 투자했던 것이다.

이 전 후보자가 주식을 매입한 5개월 후 내츄럴엔도텍이 생산한 백수오 제품이 대박나면서 업체는 상장사가 됐다. 주식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잘나가던 이 회사가 주저앉은 것은 가짜 백수오 파동 때문이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인기 건강식품 백수오 제품에 짝퉁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하자 놀란 소비자들은 대대적인 저항에 나섰다. 상품을 판매했던 홈쇼핑 업체는 밀려드는 환불요청과 항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코스닥 최고의 기대주로 상장 후 급상승했던 주식 가격은 10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전 후보자는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주식을 정리해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 정리하지 못한 주식까지 분할 매도해 5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가뿐히 챙긴 것이다.

상장 직전 주식을 매입해서 최고가로 주식을 처분하고 나니 주가가 최저가로 떨어진 것이 이 전 후보자의 변명대로 정당한 거래에 의한 행운이라면, 이유정 변호사는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배경 좋고 능력 있는 여성에게 주식투자가 연거푸 성공하는 재운까지 따르다니, 공평하지 못한 하느님을 원망하게 된다. 도대체 왜 이유정만 예뻐하시는 겁니까.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덕분에 거의 잊혀가던 가짜 백수오 사건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백수오는 한반도 자생 식물인 은조롱의 뿌리 부분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이 있어 갱년기 여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건강식품 업체는 백수오가 부작용이 없는 유일한 갱년기 증상 완화제로 선전했고, 쇼핑호스트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간 갱년기 여성들은 다투어 백수오를 구입했다. 그런데 식품의약안전처의 전수 조사결과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중 90%이상이 가짜임이 드러났다.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던 것이다.

외형상으로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는 말린 뿌리 모양이 매우 흡사한 식물이다. 백수오보다 재배 기간이 짧은 이엽우피소는 백수오 가격 절반 이하로 거래되는데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다. 독성이 강해 한의학에서 거의 약재로 사용하지 않는다. 간 독성, 신경 쇠약 등의 부작용이 있어서다.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진 백수오도 맹신할 식물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성시험 결과 백수오는 뜨거운 물로 우려서 섭취할 경우에만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수오를 가루 형태인 분말이나 알약 형태인 환제로 섭취하면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미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노인의 백수오 섭취를 경고해 왔다.

갱년기 증상은 여성호르몬 수치의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백수오 같은 건강보조 식품을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없어진다고 한다. 건강보조식품 복용 유무와 갱년기 증상 호전은 상관관계가 극히 미미하다는 이야기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때문에 전 국민에게 각인된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이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1일 오름세로 마감했다. 2.17%란 꽤 높은 상승률이다. 이유정 사태의 홀로 수혜자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둔 내츄럴엔도텍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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