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냉정한 얘기 같지만,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살면 더할 나위 없다만 아직은 유토피아적 발상에 가깝다.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경제계는 더욱 심하다. 매년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겨나면서 그 수만큼의 기업들이 문을 닫는다. 대기업 독식의 우리나라 경제 구도에선 더 비일비재한 일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 대기업,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을 이기기 위해선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단언컨대, 그 전략은 '기술 혁신'이다.
우리나라에선 기술 혁신을 지닌 기업을 'INNO-BIZ'라 한다. Innovation(혁신)과 Business(경영)의 합성어로서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한 기업을 일컫는다. '가슴엔 혁신을, 두 눈은 세계로'란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2001년 제도가 도입, 현재는 1만7천여 개 기업이 이노비즈협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충북의 대표 이노비즈 기업
충북에선 ㈜동신폴리켐이 기술 혁신의 대표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폴리카보네이트 시트' 개발에 성공, 국내·외 폴리카보네이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유리 보단 250배, 아크릴 보단 10배나 내구성이 강하다. 빛이 통과하는 채광성도 뛰어나다. 주로 상가의 아케이드(비 가림 시설)와 건물 외장재, 공장 및 하수처리장 채광자재 등에 쓰인다. 방음벽, 경찰 방패, 방탄유리 등의 재질도 모두 폴리카보네이트다.
이 분야에 국내 최고 기술을 보유 중인 ㈜동신폴리켐은 전신인 동신케미칼㈜ 시절 부도 직전까지 갔다. IMF 탓이었다. 혁신 기술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놓였으나 회사를 살린 건 당시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장현봉(57) 대표였다.
"2001년인가요· 그대로 주저앉긴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국내 최고 기술을 썩힐 순 없자나요. 당시 같이 근무하던 직원 6명이서 빚을 내 회사를 인수했죠."
◇국내 최고 기술력 인정 받다
㈜동신폴리켐이란 새 이름으로 태어난 회사가 믿을 건 '기술' 하나였다. 폴리카보네이트 시트 분야에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ISO 9002, ISO 9001 품질시스템 인증을 잇따라 취득하고 특허와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경영난은 쉽게 풀리지 않았으나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회사는 폴리카보네이트 시장의 으뜸 기업으로 재도약했고 2009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노비즈 인증을 받기에 이르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경제 시장에서 과감한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스스로 강해진 것이다.
"지금은 연 매출 200억 원가량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술혁신에 대한 국무총리 표창 등 여러 상도 받았고요. 모든 게 직원들 덕분입니다. 기술 하나만 믿고 함께한 40여명이 직원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재도약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기술만 믿고 갈 겁니다. 중소기업이 살 길은 그것뿐이니까요."
장 대표가 국내 최고 기술이라 자부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는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만든 일종의 판이다. 단층, 즉 한 겹으로 만든 시트는 '크린라이트', 두세 겹의 복층으로 만든 시트는 '아키라이트'라는 브랜드명으로 판매된다.
이 중 복층 시트는 단열에 더욱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겹 사이에 공기층을 둬 보온성이 좋다. 불길의 확대를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난연성 성분을 지니고 있어 화재에도 강하다.
단열이 크게 상관없는 지하주차장 램프(입구 덮개)나 방음벽, 자판기 덮개, 경찰 방패 등에는 단층 시트가 쓰인다. 특히, 경찰 방패로서의 성능을 인정받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외국 경찰청에 납품하기도 했다. 베트남, 일본, 영국, 칠레, 인도, 미국 등도 동신폴리켐의 거래 국가다.
장 대표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복층 시트 분야는 우리 회사가 독점해왔다"며 "기존 폴리카보네이트 시트의 단점인 대기오염 및 자외선에 의한 표면 퇴색, 오염도 '광촉매 코팅' 특허 기술을 적용해 모두 해결했다"고 기술력을 자랑했다.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장 대표가 장애인들과 나들이를 하고 있다.
◇사회 환원도 '일등'
분명 경쟁사회에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약한 자를 배려해야 함은 인간만이 지닌 가치이자 특권이다. 생물학적으로는 하나의 동물에 속하지만, 너와 나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까닭이다.
장 대표의 나눔은 지역에서 익히 유명하다. 괴산군 청안면 출신으로 세광고등학교와 서울산업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다.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 청주로타리클럽 회장,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부회장 등을 맡아 지역의 어려운 곳에 따뜻한 손을 내밀어 왔다. 적십자 3천500시간 봉사로 받은 총재 표창이 그가 흘린 땀을 대변해준다.
장 대표는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한 뒤 받은 강의료도 그 학교의 장학금으로 내놓는 등 지역 인재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장애인 단체에 대한 후원이 많은 편이다. 본인의 자녀가 장애를 갖고 있는 만큼 몸이 불편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장 대표는 "세상은 돕고 사는 것"이라며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마을문고 중앙회 충북지회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14년 헌 책을 새 책으로 바꿔주는 '독서교환시장'을 도내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등 책에 대한 애정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
"책에선 인생의 교훈을 찾을 수 있어요.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죠. 작은 공간에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제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거든요. 학생들에게 스티브 김이 지은 '꿈, 희망, 미래'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스티브 김의 성공신화에서 학생들의 미래와 도전 정신을 찾아봤으면 좋겠네요."
기술 혁신과 나눔, 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장현봉 대표. 그는 최근 설립한 유통법인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또다시 서류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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