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고 지는, 완연한 봄이 왔다. '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설렘을 주는 계절이다.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등 새로움이 발아(發芽)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3월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어 새로운 학교,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더 설렘으로 가득 찰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학교는 어떠할까. 지난해 전국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가 실시되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27.3%였다. 교사들 4명 중 1명은 학생들이 수업 때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잠자는 교실', '딴짓하는 교실', '멍 때리는 교실'은 우리 교육 현장을 설명하는 데 익숙한 수식어가 되고 있다. 교실은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전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나 태도를 본받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보다 나아지는 변화를 꿈꾸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적당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사실 퇴근할 때부터 걱정이었다. 60 중반을 넘어가니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어 장을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을 열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수만 가득 들어있었다. 아내가 있을 때는 김치와 밑반찬 가득했던 냉장고 아니던가. 아내가 없으니 냉장고에 들어있던 먹거리조차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급기야 여기저기 서랍을 열어 라면이라도 있는지 찾아 봤지만 없었다. 혹시나 하고 다시 냉장고를 열어 잘 살펴보니 구석에 반찬통 하나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반찬통을 열어 보니 얼마 전 알고 지내던 여인이 꽈리고추를 넣어 직접 만든 멸치볶음이 있었다. 이를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식사하고 난 뒷 정리를 하고 반찬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에게 직접 온 반찬통인지 아니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반찬통인지 궁금해졌다. 외지에 유학가 자취 할 때 엄마가 챙겨준 반찬을 다 먹은 뒤, 빈 반찬통을 엄마 집으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에도 엄마로부터 보내진 반찬들로 냉장고는 언
계절이 옷을 갈아입었다.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봄꽃과 연둣빛 새순으로 곳곳이 봄빛이다. 봄비에 갓 세수를 한 듯한 말간 벚꽃이 상춘객들의 표정을 환하게 비춘다. 하얀 꽃그늘에서 추억 쌓기에 여념 없는 연인들을 보니, 이제 막 인생의 봄길에 들어선 아들 부부가 떠오른다. 자연의 순환처럼 사람 사이에도 감정의 사계절이 있다. 밀접한 관계일수록 심리적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삶의 여정은 인간관계의 기류를 타고 흐르는 과정이리라.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선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막연한 기다림이 현실이 되니 반가우면서도 오묘한 기분이었다. 아이가 좋은 짝을 만나 봄 뜨락을 거니는 동안 남편은 늦가을에 들어선 모습이었다. 남편에게 아들은 착한 자식이자 좋은 친구였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주말이면 집에 와서 아빠와 시간을 보냈다. 부자父子가 함께 운동하고 술 한잔 곁들여 세상사를 나누는 시간을 남편은 좋아했다. 혼사가 결정되자, 예식에 관한 제반 사항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혼례 문화가 바뀌었단다. 주례사는 부모의 덕담이나 편지로 대신한다고 했다. 편지를 쓰다 보니 우리 부부가 걸어온 옛길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달큼하고 포근한
4·19혁명은 1960년 4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1주일간 대한민국 전역에서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청년 학생들과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대한민국 제1공화국을 붕괴시킨 자유민주주의 시민혁명이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권이 인권을 탄압하고 3·15 부정선거로 정권을 연장하려 하자 대구, 광주, 대전, 마산, 충주 등 대도시의 청년 학생들이 항거하여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곤봉과 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학생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 학생들이 목숨을 잃고 중상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자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결국 4·19혁명이 터지고 말았다. 4·19혁명 과정에서 186명이 사망했고 1천5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지금도 아프게 하고 있다. 특히 4월 1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구속된 동료 학우들의 석방과 학원 자유를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벌인 후 귀가하던 고려대 학생들이 청계천 4가를 지날 때 경찰과 모의한 반공청년단이라는 정치깡패들의 습격을 받고 중상을 입어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지자 애국시민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요구가 한꺼번에 폭발해 시위가 난무하는 바람에…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참사가 발생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어이없고 눈물이 난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간 단원고 학생이 250명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가. 우리는 이제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는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어이없는 참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탐사와 지난해 청주에서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할로윈 축제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해밀턴 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몰리면서 195명이 부상을 당하고, 159명이 압사로 사망한 사건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압사로 159명이 죽었다.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로 400m 거리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출근길에 오른 가장, 여행을
인간은 흔히 자신이 바라는 것, 또는 탐내는 것을 바라본다. 좋은 옷에 욕심이 많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좋은 옷에 시선이 가기 마련이고, 좋은 차에 욕심이 많은 사람은 좋은 차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명예나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은 또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그것을 얻기 위해 애쓴다. 돈을 많이 갖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신문이나 TV를 보더라도 재테크에 관한 내용에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린다. 반면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도 가난하거나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그냥 지나치더라도 이런 사람에게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가장 바라고 탐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신이 자주 바라보는 것을 탐내고 닮아간다. 설령 처음에는 무심코 보던 것이라도 그것을 자주 바라보다 그것을 탐내고 닮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무엇을 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닮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을 관상하느냐에 따라 어느 틈에 그런…
고대 진나라를 강력한 제국으로 올려놓은 상앙의 법. 후대의 사가들은 최고의 법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악법이라고 혹평한다. 상앙은 전국시대에서 제국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법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말년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악법가로 평가 된다. 사가들은 왜 진나라를 부강 시킨 공로는 깡그리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일까. 상앙은 처음에는 황실에서 최고 영웅대접을 받았다. 그의 법은 개혁법으로 그 기반 위에 진 제국이 탄생되었다. 진나라는 상앙법을 시행한 지 10여년 뒤 천하통일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부국강병책에 힘입어 강대국으로 변모한 것이다. 상앙의 법이 정착되자 진나라의 풍속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백성들은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았으며 시장은 활기를 찾는 듯했고 길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줍지 않았다. 산에 숨어 악행을 저지르는 도둑도 없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자진하여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갔으며 마을 치안 질서도 안정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피로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백성들이 새 법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작은 죄를 짓기 마련인데 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충북일보] 충북 증평군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 바로 교육과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를 소원했듯이 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교육과 문화는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와도 같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때마다 시기적절하게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평은 교육과 문화 향유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증평군립도서관, 김득신문학관, 평생학습관, 청소년 문화의 집이 보강천을 중심으로 나란히 위치해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문화 공간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증평군립도서관은 참으로 독특하다. 여느 다른 도서관처럼 무조건 조용하고 숨소리만 들리는 엄숙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함 속에 어울림이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 증평은 물론 인근 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사랑을 듬뿍 받는 문화광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공간과 북카페, 작은 영화관, 솜씨 자랑 전시회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해 주민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 개관 이후 청와대 영문홈페이지에 소개되고 국가균형발전 우수사례로…
우리 단양군은 백두대간의 소백산과 소백산맥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관류하는 남한강이 어우러지며 빚어낸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여기서 많은 자연경관이 파생돼 예로부터 명승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925만 명의 관광객이 단양을 찾았고 2024년 설 연휴에만 9만여 명이 단양을 방문하며 1천만 관광객 유치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까지 인구로 산정하는 '생활인구' 산정 결과 단양군의 체류 인구는 27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군의 주요 관광 명소가 인파로 북적이며 단양 관광이 세찬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 위기를 당면하고 있고 고농도 미세먼지의 심한 방해가 왕왕 발생하는 가운데 전 국민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어 우리가 청정하고 아름다운 단양을 조성하고 지켜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단양군에는 우리나라 건설업의 근간이 되는 시멘트 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960년대부터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시멘트 제조사업장 3곳에서 2022년 기준 전국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중 31%가량을
난생처음 '스투파의 숲'을 들어섰다. 전시장엔 전체 97점 중 45점이 남인도 유물들이다. 그 중심에 스투파가 서 있다. '스투파'란 석가모니 붓다의 유골을 모신 곳으로 인도의 옛말로 '탑'을 뜻하는 성스런 예배 대상이다. 이번 전시는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와 문에 조각된 부조(浮彫)의 도상(圖像)들을 통해 남인도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토속신앙에 맞춰 불교를 소화했는지를 듣는 불교미술 전시다. 그림엔 소리가 없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건 아니다. 도상(圖像)들에 새겨진 2000여 년 전의 모든 풍경과 사람들이 당시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만 해도 그렇다. 열대 계절풍인 까닭에 사시사철 덥고 습하며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려 토양을 적시고 모든 생명이 울창하게 자라는 남인도의 풍요가 표현되어 있다. 남인도인들의 심성은 어떤가. 주변 나라와 교류가 활발했기에 팍팍한 북 인도보다 좀 더 개방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남인도 미술에는 풍요를 나타내는 자연물과 넉넉한 심성들이 숲을 이뤄 여유와 풍성함을 건넨다. 그 서사가 조각에 남아 있다. 남인도인들이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초기에는
22대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야당심판론을 누르고 완승을 거뒀다. 취임 후 임기 2년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은 대통령을 향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엄중한 경고를 했음에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방향을 옳았으나 국민 체감에는 모자랐다는 식의 발언을 함으로써 형식과 내용 모두 잘못이라는 지적이 추가되고 있다. 진정한 반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 대통령 무겁게 처벌한 민심 국회 재적 의석 300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을 야당이 차지했다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도 가능하고,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을 재의 요구하는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 되고,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등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여당인 국민의힘 108석, 야당 192석(민주당 175,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3, 진보당 1, 새로운미래 1)으로 탄핵저지선·개헌저지선은 지켰으나 불과 8석 차이는 정국의 흐름에 따라 요동칠 여지를 배제 못한다. 여당은 참패 속에서도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 의석 확보에 안도하는 분위기이고, 야
지난해 신림역, 서현역 등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다중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가시적 위력순찰 등 특별치안활동 실시와, 범행시간·장소 등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를 계기로 예방 순찰 활동 활성화 및 현장 대응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일환으로 신설된 기동순찰대의 일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신설 이전부터 과거의 기동순찰대와 같은 연장선상에서의 생각으로 지역경찰과의 업무처리 한계 등 폐지된 조직을 다시 부활하려 한다는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충북청 기동순찰대는 지난 2월 21일 형사기동대와 함께 발대식을 갖고 신설 된지 어느덧 두달 가까이 되어가고 아직 까지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 하는 것 또한 사실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전 기동순찰대는 경찰서 소속으로 야간 긴급한 112 신고사건 지원등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새롭게 조직된 기동순찰대는 각 시·도청 범죄에방대응과 소속으로 운영단위를 격상하였을 뿐 아니라, 긴급 신고사건 지원보다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두고 이전의 기동순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학치안을 구현하기 위하여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과 범죄위험도 예측시스템 (Geo-PROS, Pre-CAS)
칠십 줄에 들어서다보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 옛날에 비하면 비교적 장수하여 호상이라고 불렀겠지만, 지금은 남성의 평균수명이 대략 83세에 이르니 조사(早死)일 것이다. 죽음을 이기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결국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는 평등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죽음에 한 발 다가서는 것인데, 그 과정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짐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내 말만 하고 싶은 충동, 서열의식이 심해져 젊은 사람들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어 하는 점 등과 같은 욕구를 느낄 때마다, 불행한 노년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좀 더 겸손하려고 애쓰지만, 본능적 욕구는 항상 이성을 거스르라고 한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중편소설을 통해 죽음에 직면한 한 남자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장면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에서 시작한다. 부고를 받아본 귀족 친지들은 일리치의 죽음을 애도하기 보다는, 내심 그가 차지하고 있었
김경율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패배의 책임에 대해 '당 지도부보다 대통령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후 부쩍 참견이 심해진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책임론에 펄쩍 뛰고 있다. 선거 참패를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면 범여권 전체가 대혼란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가 대통령 책임론에 대한 홍시장의 입장이다. 대통령을 비호하는 그가 노골적으로 책임을 묻는 인물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자신을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선거를 말아 먹었다는 비아냥으로 포문을 열더니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는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놀이를 한 것'이라며 연일 한동훈만 공격하는 홍준표의 의중이 의아하다. ***홍준표는 왜 한동훈만 공격할까 윤 대통령이야 우리 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도 해주고 지방선거도 대승하게 해주었지만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여당 비대위원장이 됐냐면서 '내가 당에 있는 한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외친 홍준표의 격앙된 목소리는 한동훈에 대한 강한 견제로 비쳐진다. '나 홀로 대권놀이'라는 표현에선 대권놀이에서 소외된 홍준표의 아쉬움이 읽
이른 아침, 한영애의 노래 '조율'을 듣게 되었다. 사월에 듣는 이 노래는 유난히 그 울림이 크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겨우내 침묵하던 나뭇가지에 꽃눈이 박히듯 노랫말 하나하나가 귀에 들어오고 가슴에 파문의 동그라미가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다. 종일 귓가에 맴돌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기도 했다. 태풍 같은 사월의 선거 바람이 지나자 삐걱거리며 억지스러웠던 시간들이 제자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또한 세월호의 깊은 생채기가 너덜너덜 아물지 못한 채 또다시 온 국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사월이다. 가까운 곳의 작은 일상들이 더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월. 노랫말 가사를 다시 음미해 본다. 천천히 소리 내서 읽으며 마음을 추슬러 본다.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드높았던 파란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마지막 가꾸었던 우
활짝 만개한 벚꽃은 다시 봄이 우리에게 찾아왔음을 알린다. 요즘 TV와 라디오 그리고 SNS 등을 가장 많이 장식하는 것도 바로 벚꽃이다. 벚꽃으로 유명한 전국 명소에서는 일찌감치 벚꽃 축제를 위해 3월부터 개화 시기를 염두에 두고 여러 준비에 몰두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기 힘들어지다 보니 근래에는 벚꽃 축제와 개화 시기가 맞물리지 않아 축제가 예상만큼 흥행하지 못한 곳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벚꽃은 매해 우리에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 전 우연히 기사를 읽다가 '유채꽃'이 기후 변화로 전혀 개화하지 못해 관련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벚꽃보다 먼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게 바로 유채꽃이다. 육지가 여전히 추운 겨울 날씨에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쯤 제주도에서 유채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우리는 봄이 지척에 왔음을 느끼며 봄꽃들이 만개할 육지의 새로운 봄을 기대하곤 한다. 기후 변화로 봄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어떤 꽃들은 아예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는 요즘에는 봄꽃들의 모습에 새삼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할머니께서는 늘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아이를 키우려면 반의사 반무당이 되어야한다고 말이다. 말 뜻을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 집은 형제가 셋이다. 우리 형제들은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고 어린이집, 학교에서 유행하는 질환들을 그대로 걸려 가족에게도 옮기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컸다. 이제는 면역력도 생기고 스스로 관리할 줄 아는 나이가 되어 어느 정도 대항력을 갖추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영유아는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초기에 바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영유아가 자주 걸리는 수족구병 환절기가 되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어린이집에서 단골처럼 걸려오는 것 중 하나가 수족구병이다. 수족구병은 주로 1~5세 아동에서 자주 발생하는 감염병 중의 하나로 콕사키바이러스 A 아형,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력이 높은 전신 감염성 질환이다. 주로 입안 점막 궤양, 손등과 발등에 발진이 일어나며 발열, 설사 및 구토 등 위장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1~2주 지속되다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나 심한 경우 수막염, 뇌염, 마비증상 등 드물게 합병
4·10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중 161석을 차지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당은 90석을 얻는데 그쳤다. 거부권 정부에 대해 국민이 투표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권심판이라는 거대한 바람이었다. 충북은 총 8석 가운데 청주와 중부 3군은 민주당이 차지했으며, 충주와 제천·단양 그리고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는 국힘당이 당선되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심지역은 민주당이 농촌지역은 국힘당이 차지하는 형태를 보인다. 특히 동남4군은 선거운동 기간인 4월 2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0%, 박 후보가 41%로 1%차로 접근하며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출구조사마저 0.4% 차이를 보여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자인 이재한 후보는 47.06%(4만9천112표)에 그쳤으며, 현역인 박덕흠 후보는 52.93%(5만5천234표)를 얻어 5.89% 차이로 방어에 성공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역은 내홍에 휩쌓였다. 여론조사 결과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역시 시골에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은을 기반으로 한 K-Lif
의대 정원의 대폭 증원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정부를 부추겼던 김윤 교수가 예상대로 무난히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정부를 부추겼다면 당연히 여당의 비례대표가 되었어야 했는데 엉뚱하게도 야당의 비례대표가 되었습니다. 그의 변명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의대 증원 과정에서, 좀 뭐랄까, 의사 사회의 미움을 많이 받게 됐다. 이제 교수 전문가로 활동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매년 4천 명에서 5천 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TV 토론에서 2억 원이던 종합병원 봉직의의 연봉이 최근 3~4억 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의 징계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의 의협 비판이 의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이 전통적으로 전국의 의사를 대표한다기보다 수도권의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 왔다"고 비판한 걸 문제 삼았던 것입니다.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등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을 개진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그는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뒤 소감을 통해 "지난 30년간 국민과 사회적…
지방의 중학교 배움터지킴이 이야기다. 은퇴 나이를 훨씬 넘겨 아무도 찾지 않는 고령의 노인이 새 일자리를 찾았다. 지식인들이 근무하는 학교의 일자리다. 출근 첫날 교문을 들어서면서 교정의 잘 정돈된 화단과 실내의 청결은 눈을 의심하게 하여 이곳저곳을 더 살피게 하였다. 2층의 교무실에 이르면서 복도는 물론, 창틀과 계단의 각진 구석까지 먼지와 티끌 하나 없이 반들반들하게 윤이나 있었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새 일자리 학교는 개교한지 50년이 넘는 면 소재지의 시골 중학교이다. 2024년 1월 50회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참 교육의 본산지이기도 하다. 학교장의 교육 목표로 학생들 저마다 기본에 충실하며 따뜻한 품성을 가지고 자기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는 창의적 인재로 자라도록 가르친다. 또한 사회발전 기여에 참여하여 봉사하며 협력하는 생활이 몸에 배도록 가르친다. 교직원 모두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연구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 열심히 가르친다. 충실한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학습뿐만 아니라, 학생의 기본 권리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소중히 다루어 저마다의 재능과 소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서울대 경영대 김난도 교수는 금년도 트렌드 중 하나로 '분초 사회'를 제시하였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직장인들이 하루의 시간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각 회사의 근무제도에 따라 제약을 받게 된다. 유연한 근무제도는 "정형화된 근무 형태에서 탈피하여 근무장소나 근무시간 및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여 직장인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속감을 제고하려는 조직관리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인 재택근무제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한 사업장이 크게 늘었으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는 96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4%였다. 코로나 이후에는 기업들이 현장 근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전면 재택근무에서 주 1회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LG유플러스는 주 2회에서 주 1회로 재택근무를 축소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은 재택근무를 아예 폐지했다고 한다. 미국의 디즈니는 주 2회이던 재택근무 횟수를 올해 들어 주 1
2024년 4월 5일 79회 식목일을 맞이하여 전국 지자체에서는 반려 나무 나누어 주기, 나무 심기, 탄소중립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식목일(植木日)은 글자 그대로 나무를 심는 날이다.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 1949년 4월 5일 식목일을 공휴일로 처음 지정했다. 그리고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한국전쟁 중에도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전국 관공서, 기업, 학교 등에서 대규모로 나무를 심는 행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6년부터는 주5일제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식목일은 비공휴일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법정공휴일'이 아니라 '법정기념일'이라 불린다. 식목일 유래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조선 성종 때 왕, 세자, 문무백관이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을 기원으로 한다는 설이 있고, 두 번째로는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이룬 날인 677년 2월 25일(양력 4월 5일)을 기념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는 데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는 1872년 4월 10일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열렸다. 그 뒤 식목운동을 주장한 J. S. 모텅의 생일
5월도 스무날께 옛집을 찾아왔다. 뒤란을 돌아가자 누에를 치던 헛간 방이 나왔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뽕잎을 따오셨다.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와스락대면 집짓기 시작이다. 뽕나무가 앙상해질 즈음에는 고치가 쌓이고 어머니는 끓는 솥에 붓고 물레를 돌리셨다. 뽀얀 누에고치가 선하다. 흙장난을 하던 나는 연신 받아먹었다. 누에는 실을 토해서 집을 지었건만 어머니는 허물어서 명주실을 잣는다. 끓는 물에 무너지던 뽀얀 그 집은 창자에서 뽑아낸 실로 지은 거란다. 제 몸을 줄이고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다니 그렇게 짓느라 오장은 뒤틀리고 입이 다 헐었다. 그런 집인데도 열흘밖에 살지 못한다. 고치에서 내뿜는 실은 1,000m가량인데 어찌 다 꺼냈을까. 목숨과 맞바꾼 집이다. 시퍼런 뽕잎을 먹고도 야들야들 누에고치 집 지은 속내를 알 듯하다. 뽕나무 밑으로 달팽이가 굴러다닌다. 속은 비고 껍질만 남은 게 집과 운명을 같이 했다. 현대식 나선형에 안팎이 따로 없다. 거실이니 화장실도 필요치 않을 전천후 공간에 제 몸 하나 들어가면 끝나는 이동식 원룸이다. 안테나 같은 뿔은 휴대전화에 견줄만하고 태풍이 불작시면 나뭇잎에 숨는다. 구멍 뚫린 이파리에서 낮
봄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온다.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나면 나는 지난해 수확하고 던져 놓았던 고구마 줄기와 낙엽, 검불 등을 모아 아궁이에 몰아넣고 태운다. 봄갈이를 위해 미리 땅과 주변을 정비하는 것이다. 바싹 마른 것들은 금세 타버리고 재만 남는다. 수북이 쌓인 잿더미를 보노라면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그 많던 검불들이 우리네 인생처럼 한순간에 잿빛으로 변해 색을 잃고 말이 없다. 잿빛은 회색이다. 회색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 무채색이다. 회색은 시신을 불태워 한 줌의 재로 변한 색깔을 연상하게 되어 기분이 가라앉는다. 반면에 무지개색 등 자연색은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가.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이 반원을 그리며 아침에 서쪽 하늘에 걸리는 무지개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난다. 색깔에 따라 감정이 출렁댄다. 얼마 전에 결혼 45주년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일본 온천지 여행을 다녀왔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일본은 풍경과 날씨에서도 우리와는 상당히 다름을 느꼈다. 시골 곳곳마다 눈에 들어오는 삼나무숲은 울창해서 좋았으나 집이나 빌딩들은 거의 회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농산촌 마을은 집들이 주로 회색 계통으로 차분하고 좀 가라앉은 느낌…
제주 여행길, 비는 멎었지만 바람은 여전했다. '가파도' 가는 배에 올라 자리에 앉으며 버릇처럼 의자 밑을 봤다. 구명조끼가 없다. 안내 방송에서 구명조끼는 의자 밑이나 배의 특정한 장소에 있다며 구명조끼 착용 법을 알려줬다. 이 배의 구명조끼는 객실 맨 앞에 좌·우로 80여 개씩 있었다. 승무원에게 이 배의 승선 정원을 물어보니 300명이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300명이 구명조끼를 제대로 입을 수 있을는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제주도청 해운항만과에 전화했다. 직원은 가파도를 운항하는 배 3척 중 한 척은 의자 밑에, 두 척은 선실 앞·뒤에 구명조끼가 있는데 '모두 제반 규정과 법에 맞는다'고 했다. 그러고는 사고에 대비해서 모의 훈련도 한다고 했다. 그 모의훈련이 승객을 300명 태우고 했느냐고 물으니 그렇게는 안 했다고 한다. '법이나 규정에 맞는다 하지 말고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300명이 질서 있게 구명조끼를 입고 아무런 사고 없이 구조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라'고 건의했지만 이 또한 공허한 말 같아서 씁쓸했다. 2년 전 충북대병원에 갔었다. 병원 앞 건축공사로 인해 1층 외래로 들어가는 주출입구가 막혀 있어 2층으로 들어가 1층으로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