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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16 17:34:56
  • 최종수정2021.09.16 17:53:51

지명순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나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음식을 실컷 만들 수 있는'맏며느리로 시집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다. 바람대로 시누이 다섯이 있는 외동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아직도 처음 맞이하는 추석의 기억이 생생하다. 연로하신 시어머니는 나이 어린 며느리가 하는 대로 두시고 가끔 몇 마디 조언만 하셨다. 나는 난생 처음 차례상 차리는 일에 신났다. 시장에서 고기를 사고, 산에서 솔잎을 따고, 들에서 김치 거리를 준비했다. 송편을 빚고, 물김치를 담고, 전을 부치고, 탕국을 끓여 차례를 모셨다. 시어머니는 "우리며느리는 안 가르쳐 주어도 잘해요"하면서 집안 어른들께 자랑을 하셨다. 그 이후로 집안 명절 음식 준비는 내 차지가 되었다.
90년대에 나와 같은 사람은 아주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맏아들에게 시집가는 것은 기피의 대상이었고,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일은 맏며느리가 당연하게 해야 하는 힘들기만 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병명까지 생겨나겠는가!

하지만 코로나19로 명절의 문화가 바뀌었다. 시끌벅적하게 많은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모시고 음식을 나누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때가 그리워졌다. 하물며 100여 년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풍경이다.

청주의 음식문화를 기록한 '반찬등속'에는 명절에 빠지지 않는 음료 두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식혜와 수정과다. 식혜는 하얀 밥알이 동동 뜨는 미학적으로도 아름답고, 맑고 담백한 맛이 좋은데다 소화를 도와주니 명절 음료로 딱 맞는다.
식혜 맛의 비결은 좋은 엿기름 고르기에 달려있다. 보리싹이 제 몸 길이만큼만(1㎝ 정도) 자라는 것이 적당하다. 이렇게 만든 엿기름가루가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당화효소인 Amylase는 밥의 전분에 작용해서 Glucose, Maltose, Dextrin 등을 생성하는데 식혜는 Maltose의 독특한 맛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식혜 밥으로는 찹쌀이나 멥쌀을 사용하는데 찹쌀밥은 소화는 잘되지만 밥알이 오그라들어 동동 뜨지 않고 깔깔해서 입안에 달라붙는다. 식혜는 차례상에도 오르는데 식혜 건지를 담고 잣이나 대추 전민 것을 고명으로 얹는다.

요즘은 식혜는 변신의 변신을 거듭해 단호박 식혜 우슬식혜 생강나무 식혜 등 약재를 다린 물을 식혜국물에 섞어 끓이기도 한다.

식혜는 찹쌀을 정하게 쓿어서 밥을 되게 짓고 엿기름물을 달게 하여 찹쌀밥을 물에 씻어서 엿기름물에 담가서 오래 된 후에 엿기름물에 꿀을 타서 말갛게 하여 찹쌀밥 지은 것을 담가서 쓰되 물을 조금 붓고 그 위에 석류를 까서 드문드문하게 놓아라.(반찬등속 원문해석)
수정과는 일명 주전과라고 하는데 계피, 생강, 통후추를 달인 물에 설탕을 타서 차게 식힌 후 잣, 곶감, 배 등을 건지로 띄운 고유의 음료이다. 그러나 '반찬등속'의 수정과는 생강물을 달이지 않고 꿀물에 곶감만 넣는다. 1827년 '연회상'에는 물에다 꿀만 타서 잣을 띄우고 수정과라 했으며 오늘날 같은 곶감과 생강을 넣은 수정과는 '동국세시기'에는 곶감을 다린 물에다 생강과 잣을 넣은 것을 수정과라 하였고, '연세대 규곤요람'에서는 '곶감을 더운 물에 담가 아랫목에 두었다가 잣을 띄워 먹는다.'라고 하여 곶감을 달이거나 우린 것을 기본 액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곶감은 예부터 숙취해소에 좋은 재료로 수정과도 숙취해소에 좋고 고기를 먹고 난 후 입안을 개운하게 효과가 있어 고깃집 후식 음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수정과의 관건은 곶감인데 햇것을 너무 일찍 수정과물에 담가 놓으면 다 풀어진다. 시설이 뽀얗게 풍기는 것을 골라 꼭지를 떼고 씨를 발라내어 사용한다.

수증과는 좋은 곶감을 꿀물에 담그고 또 실백을 넣어라.(반찬등속 원문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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