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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22 16:52:05
  • 최종수정2021.08.12 13:47:04

지명순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호박꽃도 꽃이냐?'라는 말이 있는데, 어째서 호박꽃은 꽃이 아니란 말인가. 얼마 전에 친정집 담장에 호박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슬을 머금은 진초록 잎에 노란 꽃이 환하게 피어 있는 호박꽃은 시골에 어울리는 순박한 꽃이다.

친정어머니는 해마다 담장아래 구덩이를 파고 호박모를 심어 가꾸신다. 연한 호박잎 쪄서 쌈을 싸고, 애호박 따서 된장찌개 끓이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어 애호박나물을 만들고, 비라도 내리는 날은 호박부침개, 칼국수, 수제비 등 여름별미로 가족들의 배를 채우셨다.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열린 애호박은 말려서 호박고지를 만들고, 늙은 호박은 귀하게 잘 모셔 두었다가 산모용 붓기 빼는 약으로, 한겨울 간식으로 호박죽을 끓이고, 또 겨울 볕에 말려 두었다가 떡을 찌셨다.

여러 가지 호박요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늙은 호박고지를 듬뿍 넣고 찐 떡이다. 어머니는 팔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겨울이면 손수 늙은 호박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바르고 속을 타서 볏짚에 엮어 처마 끝에 매달아 말린다. 이 호박고지를 요즘은 냉동 저장해 두었다가 딸이 오는 날이면 쌀가루에 호박고지에 밤, 대추, 서리태를 보태어 떡을 찌신다.
우리 집에서 늘 만들어 먹었던 호박고지떡이 반찬등속 떡 중에도 나온다. 그런데 이름은 '곶감떡'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은 떡켜 위에 곶감·호박고지를 켜마다 놓고 대추는 곶감이나 호박고지 보다는 적은 양을 드문드문 얹어 찌는 떡이다. 다른 조리서에서 감떡 즉 '시고'라는 명칭을 쓴 떡을 살펴보아도 호박오가리와 곶감을 함께 사용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곶감은 상상곶감으로 하되 떡 한켜 놓은 후에 곶감과 또 호박고지어넘으로 잘게 저미여 켜켜이 놓고 대추를 드문드문 놓아라. <반찬등속의 곶감떡 원문 해석>

우리음식이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던 것처럼 떡도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를 이용하여 떡을 만들었다. 봄에는 어린 쑥이나 꽃을 이용한 쑥설기나 쑥절편, 개피떡, 화전을 여름에는 상추를 넣어 만든 상추떡을 가을에는 그 해 수확한 잡곡으로 콩떡, 팥시루떡과 햇과일을 넣은 잡과병을 만들고 겨울에는 말린 재료를 이용한 호박고지 떡이나 단자, 두텁떡 등을 만들었다.

냉장고가 나오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다양한 떡을 만들게 되었지만 100녀여 전 곶감떡은 대표적인 겨울떡 이라 할 수 있다. 가을에 수확한 여러 가지 재료와 말린 저장해 두었던 재료를 몽땅 쌀가루에 섞어 떡을 졌을 것이고 고급재료인 곶감을 사용했으니 '곶감떡'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생감이 완숙되기 전에 따서 껍질을 벗겨 건조시켜 곶감을 준비해 놓았다가 제사에도 사용하고 떡을 찔 때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은 곶감도 말리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많아졌다. 감 종류와 지역 여건에 따라 30~70일 정도의 건조기간이 필요하다. 수분 35% 정도의 곶감을 얻기 위한 기간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반건시는 40일 정도의 건조기간을 거친다. 반건시의 수분 함량은 45~50%에 이른다. 열풍기 등을 이용하여 기계건조를 하면 건조기간이 짧아진다. 그러나 맛은 자연건조에 비해 크게 모자란다.

맛있는 곶감은 겉껍질이 얇아 이물감이 없어야 하고 속은 조청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기계건조를 하게 되면 겉껍질은 질기고 속은 단단해진다. 색깔도 짙고 불투명해진다. 곶감 속에 빈 공간이 있는 것은 채 여물지 않은 감으로 건조한 것으로 맛이 떨어진다.

입맛이 유전되었는지 내 딸도 호박고지가 들어간 떡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말린 호박고지를 얻어다가 딸을 위해 떡을 만들어 주곤 하는데 반찬등속을 알게 된 후로 곶감도 냉동해 두었다가 함께 넣어 만들게 되었다. 그랬더니 내가 달달한 맛이 깊어졌다며 딸내미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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