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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1.18 14:22:34
  • 최종수정2020.11.18 19:42:57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상당산성의 입구에 것대마을이 있고 이 마을 뒤편에 것대산이 있는데 '것대'의 의미에 대하여 학자들 간에도 정설이 없이 그 의미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남아 있으므로 청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 왔고 또 이를 밝히지 못한 데 대하여 조상님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래 전에 그 의미를 추측하는 글을 쓴 적이 있으나 근거가 부족한 추측일 뿐이어서 마음이 편치 못했는데 이번에는 통계적이고 언어학적인 근거를 통하여 다시 한번 추정해 보고자 한다.

것대산의 이름은 『조선지도』에는 '거질대령(巨叱大岺)'으로 수록되어 있고『대동여지도』에서는 '거대산(巨大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렇게 옛 문헌에 나오는 '居次大'나 '居叱大'는 모두 '것대'의 음을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것대산 아래에 '것대'라는 마을이 있는데 '거죽'(居竹)이라고도 한다.『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誌)』에 '居次大',『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巨叱大',『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居大'로 차자되어 나오는데 것대산과 같은 뿌리에서 온 말임이 분명하며 '거죽(居竹)'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쓰이는 말에서 '것대'와 음이 같은 '겉대'가 '댓개비의 거죽을 이루고 있는 단단한 부분'이라는 의미이므로 '것대'의 '대'를 '竹'으로 표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것대'의 한자 표기가 모두 소리만을 차자한 것이고 다른 지역의 지명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가 없어서 무슨 의미인지 짐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특히 '것대'의 어원을 찾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것대산 봉수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명이란 구전에 의하여 전해지면서 그 시대의 언어에 따라 변이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변이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뿌리를 찾아낼 단서를 쉽게 찾아낼 수가 있는데, '것대산'은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이곳에 봉수대가 설치되면서 그 당시의 지명을 한자로 차자하여 문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구전에 의한 변이의 과정을 겪지 않았던 것이다. 즉 오랜 옛날에 쓰이던 옛 지명이 오랜 세월을 구전에 의한 음운 변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랫동안 원음을 간직해오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너무 생소한 말이라 어원을 찾아내는 데 오히려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의 지형을 표현하는 말로서 산의 이름으로 쓰인 자연 지명 중에 한자로 표기되기 전의 옛 이름을 간직한 지명을 탐색하다보니 우연히 충주의 '하늘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가 있었다. 충주의 하늘재는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상북도 문경읍 관음리를 연결하는 고개인데 2천여 년 전인 서기 156년에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에 처음 개설된 것으로 기록에 전해진다. 신라 시대에는 계립령(鷄立嶺), 또는 마골참(麻骨站)이라 했다고 하는데 이는 신라 시대의 이두 방식에 의하여 표기했을 것이므로 전해오는 자연 지명과의 연관성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금도 이 고개를 지릅재, 지름재, 기름재, 유티(油峙), 경티(經峙)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유티'는 '기름재'의, '경치'는 '지름재'의 의역(意譯)이며 '계립령(鷄立嶺)' 역시 '지릅재'의 한자 표기로 보인다. '지릅'은 '겨릅'의 사투리이며 '겨릅'이란 '겨릅대'의 준말로 '껍질을 벗긴 삼대'를 뜻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의역하면 '마골(麻骨)'이 되므로 '마골참(麻骨站)'이라 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으며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옛말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고개란 산의 능선 중에서 주변보다 낮은 안부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고개의 옆은 높은 벽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당시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삼'을 가공하는 과정에 생기는 삼대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재의 뿌리는 '겨릅재'이고 '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바위 벽으로 이루어진 산의 고개'란 의미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청주의 것대산 정상에는 봉수대 옆에 암벽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암벽 등반 연습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산의 암벽 모양이 겨릅대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겨릅대산→겹대산→것대산'의 변이 과정을 재구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의 모양을 가리키는 이름이라서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이 매우 높으므로 매우 타당한 추론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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