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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2년만에 '숲'으로 변한 금강 세종보 가 보니…

물고기 사라진 대신 나타난 고라니가 판 치고 다녀
건조기 맞아 바닥 더 갈라져…이젠 강 아닌 '작은 도랑'
사진 촬영 명소는 나무 무성한 물난리 우려 장소로 변질

  • 웹출고시간2019.11.03 15:09:27
  • 최종수정2019.11.03 15:09:27

지난 2014년 8월 27일 밤에 찍은 세종보 윗쪽 금강과 한두리대교(오른쪽)·첫마을 아파트(앞쪽) 모습. 환경부가 2017년 11월 보의 수문을 부분 개방하기 전만 해도 이 지역은 풍부한 강물과 다리·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진 야경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연중 많은 사진작가가 몰리는 곳이었다.

ⓒ 행복도시건설청
[충북일보 최준호기자] 속보=이달로 물을 뺀 지 2년째를 맞는 금강 세종보(洑) 일대가 시민들에게 '버림받은 땅'으로 바뀌었다. <관련기사 충북일보 2019년 9월 1일자 등 여러 차례 보도>

바닥의 물이 마르면서 효용가치가 떨어진 강에서는 물고기도 거의 사라졌다. 대신 모래와 흙이 쌓이면서 강에 조성된 숲에서는 고라니·곤충과 같은 동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

2019년 11월 2일 밤에 찍은 세종보 윗쪽과 한두리대교(오른쪽)·첫마을 아파트(앞쪽) 모습.

ⓒ 최준호기자
◇기자가 세종보에서는 처음 본 고라니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한솔동 첫마을과 대평동 코스트코 세종점 사이에 위치한 세종보는 당초 보에 가득 찬 물이 주변 아파트단지·수변(水邊)공원 등과 어우러지면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0년 9월 신성리 갈대밭(서천)·구드래(부여) 등과 함께 이 곳을 금강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8경' 가운데 '7경'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많은 시민이 보의 경치를 감상하거나 보트를 타는 등 수상스포츠를 즐겼다.

2019년 11월 2일 오후 세종보 바로 아래 금강 바닥 모습.

ⓒ 최준호기자
하지만 이제 세종보는 세종시의 '자랑거리'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됐다.

기자는 가족 5명과 함께 2일 오후 4~7시 세종보 하류 400m 지점에 있는 숲뜰근린공원 바비큐장을 이용했다.

토요일이어서 20개의 바비큐장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인근 X-게임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8월 31일 이후 약 2개월만에 들른 세종보는 바비큐장이나 게임장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동쪽 입구에서 가장 먼저 기자를 맞아 준 것은 생뚱맞은 현수막이었다.

"낚시 및 물놀이 금지구역(보 상·하류 1㎞). 위반 시 과태료(300만 원이하)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이제 보 주변에서 몰래 낚시질이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은 '눈 씻고도' 구경할 수 없다.

2019년 11월 2일 오후 세종보 바로 아래 금강 바닥 모습.

ⓒ 최준호기자
정부(환경부)가 2017년 11월 17일부터 보의 수문을 부분 개방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2일부터는 완전히 개방한 뒤, 물고기나 사람이 놀 수 있는 공간(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의 상·하류를 연결하는 어도(魚道·물고깃길)에는 더러운 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수문이 닫혀 있어 물이 잘 흐르던 2015년 10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2019년 11월 2일 오후 세종보 바로 아래 금강 바닥 모습. 환경부가 지난 2년간 수문을 열어 강물을 뺀 결과 상류에서 떠내려 와서 쌓인 거대한 흙과 모래 더미에 숲이 생겼다. 이날 숲에서는 고라니 1마리도 목격됐다.

ⓒ 최준호기자
보 바로 아랫쪽 강 바닥은 한여름에 가뭄이 든 논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건조기인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2개월전보다 정도가 더 심했다. 특히 세종보에서는 처음으로, 모래밭 위 숲 속에서 황급히 달아나는 고라니 1마리도 목격했다.

이날 기자가 본 세종보 주변 금강은 더 이상 '강(江)'이 아니었다. 산골의 조그마한 도랑으로 변해 있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한자로 삼수변( 三水邊)이 포함된 강이란 낱말은 원래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란 뜻이다.

환경부가 세종보 수문을 개방한 지 올해 11월로 2년째를 맞는다. 사진은 거대한 고철덩어리처럼 방치돼 있는 수문 모습. 뒷쪽 다리는 한두리대교다.

ⓒ 최준호기자
◇기자가 직접 찍은 야경 사진엔…

물이 가득 고여 있을 당시의 세종보는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상징물)로, 신생도시 세종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경관을 자랑하는 인근 첫마을 아파트, 초현대식 한두리대교와 함께 강물에 비치는 보 상류의 야경 사진이 각종 홍보자료에 소개돼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문이 개방된 뒤 물이 빠지면서 보 주변의 아름답던 경관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사진작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더 이상 '사진 촬영 명소'가 아니다.

2019년 11월 2일 오후 세종보 어도(魚道·물고깃길) 모습. 보 상류에서 물이 흐르던 2017년 10월 이전과 달리, 강 바닥이 거의 드러나 흐르는 물이 없어지면서 더러운 물이 잔뜩 고여 있다.

ⓒ 최준호기자
실제 기자는 이날 저녁 7시 30분께 한두리대교 동쪽 끝에서 강·다리·첫마을 아파트를 배경으로 스마트폰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 촬영 기술·신도시 개발 단계·계절 요인 등을 감안하더라도, 전문가가 지난 2014년 8월 27일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야경 사진(행복도시건설청 제공)과 너무 차이가 났다.

기자가 찍은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조명을 통해 강물 속에 비친 다리와 아파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게 가장 아쉬웠다.

반면 강 둔치에 무성하게 자라난 각종 나무로 인해 여름철에 큰 홍수가 나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바닥 물이 거의 말라 있는 금강 세종보 동쪽 입구에 붙어 있는 생뚱맞은 내용의 현수막.

ⓒ 최준호기자
현장 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의 환경부와 일부 환경단체·학자 등은 보 개방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여 있던 물이 빨리 흐르면서 수질이 개선되고,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늘어나면서 생물 서식처가 증가하는 등 강의 자연성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세종시민은 보 개방에 따라 강물이 줄어드는 게 시민들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바비큐장에서 만난 윤정석(39·회사원·세종시 아름동)씨는 "물고기가 사라지고 사람이 찾지 않는 강은 자연성이 회복된들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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