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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도심엔 고층건물은 없고 벼·금개구리는 있다

스페인 건축가 오르테가 당선작 '환상형 도시구조'
도시 중앙에는 논과 개구리 서식지 살린 공원 조성
대다수 주민 반발에 2단계 공원 공사는 시작도 못해

  • 웹출고시간2019.10.28 13:46:54
  • 최종수정2019.10.28 13:46:54

지난 10월 25일 오후 세종 신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공원 2단계 예정 부지 모습. 억새밭 너머 논에서 벼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 최준호기자
[충북일보 최준호기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신도시인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가 착공된 지 12년이 지났다.

옛 충남 연기군에서 가장 넓은 평야였던 장남평야(면적 271만㎡)를 중심으로 허허벌판이던 곳에는 정부청사와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도 24만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고층건물이나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는 게 일반적인 다른 신도시와 달리 이 도시의 가운데에서는 아직도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세종 신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공원 2단계 예정 부지 내의 습지 모습. 희귀동물인 금개구리가 서식히는 이 습지와 인근 논은 공원의 일부로 보존된다.

ⓒ 최준호기자
◇도시 가운데를 비우는 '환상형(環狀形)' 구조

지난 25일 오후 기자는 신도시 세종호수공원 인근에 있는 중앙녹지공간을 찾았다.

당초 장남평야 중심이었던 이 곳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억새밭 너머로 보이는 석양 등 특이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예술고 맞은편에서 입구로 들어서자 황금빛 논에서는 콤바인 2대와 트럭들이 동원된 가운데 벼 수확이 한창이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세종 신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공원 2단계 예정 부지 내의 논에서는 벼 수확이 한창이었다.

ⓒ 최준호기자
평야 안쪽 습지에서는 흰새들이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 날아다니고 있었다.

가장자리에서는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억새 숲에서 새하얀 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불청객'인 기자를 본 고라니 두 마리는 황급히 달아났다.

세종 신도시는 오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2007년 착공됐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세종 신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공원 2단계 예정 부지 모습. 이 곳 논은 계속 보존된다.

ⓒ 최준호기자
따라서 올해로 전체 건설 기간(23년)의 절반이 지났다. 하지만 신도시 내에서도 최고 '금싸라기 땅'에 속하는 장남평야 땅 가운데 3분의 1정도인 88만6천㎡는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이유가 뭘까.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도시 개념'을 주제로 국제공모를 했다.

세종시가 출범(2012년 7월)하기 전인 2010년 10월 15일 촬영한 당시 연기군 장남평야(현 세종시 중앙녹지공간) 모습. 평야 가운데 끝 부분에서 정부세종청사 1동(국무총리실)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최준호기자
그 결과 25개국에서 모두 121개의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됐다. 심사는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학자인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84) 뉴욕시립대 도시지리학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7명이 맡았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가장 끈 작품(당선작)은 스페인 건축가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Andres Perea Ortega·79)'가 제안한 '천 개의 도시(The City of the Thousand Cities)'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도시 중심부에 있는 농경지와 역사유물을 과감히 보존하고 녹지공간은 공공부문이 소유토록 했다. 대신 50만 명의 계획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녹지공원을 중심으로 25개의 소도시를 둘레에 배치했다.

세종 신도시(행복도시) 생활권 배치도. 국내외 대부분의 신도시나 기존 도시와 달리 가운데 부분(녹색)이 비어 있는 '환상형(環狀形·고리 모양)' 구조인 게 특징이다.

ⓒ 행복도시건설청
각 소도시는 2만명의 인구를 수용토록 한다. 당시까지 국내·외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혁신적 개념인 '환상형(環狀形·고리 모양)' 도시구조였다.

녹지공원에 '생산의 대지' 를 두도록 한 점도 특이했다. 하지만 전통적 도시계획 기법에 따라 설계된 대부분의 국내·외 신도시는 물론 기존 도시도 가운데 중심상업지역을 주거지역이 둘러싸는 '단핵형(單核形)' 구조를 띄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행복도시는 오르테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일부 다른 작품 개념을 보완,도시 내부를 순환하는 간선급행버스(BRT) 도로 주변에 23개 기초생활권을 배치하고 가운데 부분은 중앙녹지공간으로 조성토록 설계됐다.

지난 2006년 마련된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광역생활권 별 주요 기능 배치 계획 및 단계별 개발 계획. 현재는 6생활권 대신 5생활권이 '첨단지식기반' 기능으로 바뀌었다.

ⓒ 행복도시건설청
◇논·금개구리 서식지 보존 논란

행복도시는 도시개념에 이어 2007년에는 중앙녹지공간에 대한 국제설계공모도 이뤄졌다.

그 결과 한국의 노선주(해인조경) 씨가 응모한 '오래된 미래'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오르테가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도 당초의 논을 그대로 유지하는 '생산의 대지(공생의 뜰)'가 포함됐다.

세종 신도시 중앙녹지공간 기본계획.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하는 1단계 중앙공원은 내년 4월, 산림청이 만드는 국립세종수목원은 같은 해 5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2단계 중앙공원은 정부의 논과 금개구리 보존 방침에 대한 주민 반발이 심해 아직 착공도 되지 못했다.

ⓒ 행복도시건설청
이에 따라 신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복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장남평야 부지 140만㎡를 '중앙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공원 부지에 논과 금개구리 서식지가 포함된 데 대해 환경단체들은 찬성하는 반면 대다수 시민은 반발이 심했다. 결국 행복청은 전체 공원 부지를 2단계(1단계 52만㎡·2단계 88만㎡)로 구분, 지난 2017년 3월 착공한 1단계는 이달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도시 개념'을 주제로 연 국제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천 개의 도시(The City of the Thousand Cities)'. 스페인 건축가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Andres Perea Ortega·79)'가 만든 이 작품은 도시 중앙을 비우는 대신 고리 모양의 주변에 주거지를 배치한 게 특징이다.

ⓒ 행복도시건설청
그러나 논과 금개구리 서식지가 포함된 2단계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쉽게 볼 수 있는 논을 첨단 신도시의 가운데에 그대로 두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금개구리의 경우에도 요즈음에는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 사실상 희귀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정부가 지난 2007년 연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노선주(해인조경) 씨의 작품 '오래된 미래'. 이 작품은 당초의 논을 그대로 유지하는 '생산의 대지(공생의 뜰)'가 포함돼 심사위원들에게 주목을 끌었다.

ⓒ 행복도시건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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