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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벼 베는 수확기 엔진 소리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올가을에는 잦은 태풍과 장마로 농민들의 마음이 까만 숯덩이가 되었다.

마을 어귀에서 벼를 말리는 농부의 얼굴에 주름살이 더욱 깊어 보인다. '공공비축미'라는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포대에 가득 담은 벼들이 농협 미곡처리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맞아 쌀값의 향배에 농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쌀 농가 수가 전체 농가의 54%에 달하고, 쌀 소득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를 정도로 아직도 쌀은 농가 경제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옥천군에 따르면 올해 공공비축미 수매물량이 2천400여 t으로 전년보다 9.6% 줄었다. 그러나 향후 추가 매입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르면 10월 말경 논 타 작물 지원사업 참여에 따른 추가 배정이 이루어지면 전체 공공비축미 수매물량은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옥천군은 각 읍면 및 농협과 협의하여 10월 말까지 읍면별 공공비축미 수매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산물 벼는 10일부터 이미 수매를 시작했다.

포대 벼는 11월 첫째 주에 시작할 예정이다. 매입가격은 통계청이 조사한 10월~12월 정부 평균 산지 쌀값을 40kg 조곡으로 환산한 가격이다.

중간 정산금 3만 원은 수매 직후, 나머지 잔금은 12월 말까지 지급된다. 이에 따라 공공비축미 가격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1등급 포대 벼 매입금액은 40kg 기준 6만7천50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수확기 첫 산지 쌀값은 10월 5일 자 80㎏ 한 가마에 19만1천912원으로 출발했다. 2018년 같은 날 대비 1.5% 정도 낮은 가격이다.

여기서 추곡 수매와 공공비축미 매입제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추곡 수매는 1973년부터 2005년까지 공공비축미는 2006년부터는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제도의 공통점은 정부나 공공단체가 안정적인 양곡의 확보와 가격조절을 목적으로 시장을 거치지 않고 농민에게 직접 벼를 사들이는 것이다.

추곡 수매는 농가 소득지지, 수확기 물량 흡수, 식량안보의 3가지 기능이 목적이며 공공비축미는 식량안보 기능이 주목적이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추곡 수매는 이중 곡가 제도다. 즉 가을 수확기 농민들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수매하고 출하할 때는 수매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국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공공비축미는 수확기 시장가격에 매입하여 출하기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농가 소득 향상과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하여 추곡 수매제도를 시행하였다. 이로 인한 정책 효과는 얻을 수 있었으나 양곡 적자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정부의 큰 부담이 됐다.

WTO 협상에 따라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하고 시장 여건도 많이 변화해 추곡수매의 기능이 크게 위축됐다. 따라서 2006년부터는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공공비축미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공공비축미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는 제도로 재해 또는 국가 비상시 등을 대비해 일정 수준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식량안보를 위한 물량을 확보하는 제도다.

벼 이삭을 농촌에서 보통 '나락'이라 부른다. 나락을 정미소에서 도정하면 쌀이 된다. 왜 쌀을 쌀이라 하고 벼를 벼라 하였을까.

벼란 글자 ㅂ에 작대기 하나 그으면 뼈가 된다, 쌀이란 글자에 ㅅ자 하나 빼면 살이 된다. 경상도에서는 지금도 쌀을 살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쌀을 우리의 뼈와 살, 즉 생명과 같은 귀중한 존재로 여겨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에게 신이 내린 가장 소중한 선물이 바로 쌀이다. 이렇게 귀중한 쌀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풍성한 가을이 되기를 농민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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