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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랑(流浪)'

내달 8일까지 스페이스몸미술관서
김지원 '꽃집' 김태헌 '붕붕' 기획전시

  • 웹출고시간2019.10.07 14:30:36
  • 최종수정2019.10.07 14:30:36
[충북일보 유소라기자] 스페이스몸미술관이 올 한 해 주목해온 인간에 대한 탐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반기 기획 전시를 마련했다.

인간의 물성인 신체에 대해 각별한 차이와 유사성을 보였던 상반기 전시에 이어 열리는 이번 전시 '유랑'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여행과 같은 태도로 살펴보는 김지원과 김태헌 두 작가의 시선에서 비교 조명했다.

각각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몸미술관 특유의 소장품에서 비롯됐다. 김지원에게는 영여(靈輿)를, 김태헌에게는 오래된 앰뷸런스를 제공했다. 둘 다 운송의 목적을 지닌 사물이자 죽음과 관련돼 있는 대상이다.

김지원은 일상적인 사물부터 맨드라미, 비행과 같이 작가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대상들을 통해 내적 성찰과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시간과 장소의 혼성을 시도하는 요여(腰輿)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힘을 보여준다.

오브제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관통하는 시각으로 예술적 유희를 표현해 온 김태헌은 치료의 의미와 결핍된 시절의 부조화를 보여주는 80년대 앰뷸런스를 통해 정형성을 탈피한 전시를 선보인다.

3전시장에 '유랑-붕붕'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는 김태헌은 유랑을 자유롭고 유쾌하게 해석했다.

작가는 "유랑(流浪)은 모두 삼수변을 달고 있다"면서 "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야 썩지 않는 것처럼 생각, 작업, 인생도 일정한 중심없이 떠돌다 관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헌은 이미 같은 '붕붕(鵬鵬)'이라는 표제의 책을 출판한 바 있다.

작가는 "붕붕이란 장자 이야기에 나오는 붕새, 말풍선,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근두운으로 그림 속 이미지를 연결하는 접속사이자 그림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화와 드로잉,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일 일기를 쓰듯 그림과 글에 일상의 단상을 담는다.

관습적이고 습관적인 제도적 장치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생각을 담는 셈이다.

드로잉북 하나로 세상 이곳 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삶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근작들은 수많은 여행의 흔적들을 담았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점유하고 생활하며 그 동력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근래의 모습은 작가가 말하던 대로 '삶을 되도록 세상 멀리 가져다 놓고 있는 모습' 그 자체다.

김태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붕붕 날아다니는 구름의 형상과 오리 인형, 도날드덕 캐릭터 등은 농담을 던지듯 다가온다.

작가는 "목적없는 여행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행 계획은 거의 세우지 않는다"며 "일단 어디론가 떠나 다른 장소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그림은 화풍이 여럿인데 그 이유가 자신이 현재 머무는 곳의 느낌과 정서가 그림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부연이다.

80년대 시골에서 실제 사용됐던 앰뷸런스 구조의 자동차는 오래된 물건을 보면 그것을 만든 사람과 사용했던 사람의 관계를 상상하는 작가의 호기심이 발현된 작품이다.
2전시장에 '유랑-꽃집'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이는 김지원은 요여(腰輿)를 통해 색다른 작품을 보여준다.

영거(靈車)라고도 불리는 요여는 장례식 상여 앞에 앞서가던 신주와 혼백을 이동시켰던 작은 가마다.

작가는 이 가마들을 받아 먼지와 묵은 때를 벗겨내고 칠을 하며 작업을 했다. 두 개의 요여는 김지원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작품으로 전시됐다.

한 점은 가마에 그려진 색면이 보여주는 비례에 '몬드리안 하우스'와 같은 애칭으로 불리며 바퀴를 달아 이동의 상징을 더했다.

또 하나의 요여에는 맨드라미꽃이 그려졌다. 검게 칠해진 손잡이 위에 안착한 가마에 그려진 맨드라미는 생애의 시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캔버스에 그리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는 꽃상여를 연상시키는 꽃집이 됐다"고 밝혔다.

근래 작업한 회갈색 겨울철 맨드라미의 다한 생의 풍경이 망자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요여와 연결된다는 게 작가의 작품 의도다.

한 쪽 벽면을 채운 크고 작은 드로잉들은 거중기와 플로랄폼, 일상의 가벼움과 오랫동안 고심해온 생각 등 상반되는 작가의 이야기와 시각이 담겨있다.

작품 '비행'은 10여년 간 작업실 구석에 묶여 있던 3m짜리 캔버스 재료의 나무로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림 속에서 유랑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전시 '유랑'은 오는 11월 8일까지 스페이스몸미술관 2·3전시장에서 각각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한다(043-236-6622).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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