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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돈구

청주시 봉명2송정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공무원으로서의 첫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해 민원대에 앉았다.

그날 이후로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나의 천방지축 공무원 생활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출근 첫날을 회상한다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업무 시작 준비부터 민원 응대, 여러 가지 제증명(증명서 신청), 전화 응대, 복사, 팩스 송신 등 모두 처음이었다. 신규 직원이라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나의 실수는 감출 수가 없었다.

첫 출근 날 내 자리에 앉아 민원을 보는데 내 옆에 있는 팩스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이다. 왜 아무도 받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전화응대 배웠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민원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 했나 다시 한 번 전화 응대 방법을 생각하고 들어보려 했지만 왜 이렇게 민원인이 과묵한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나를 쳐다보는 공익근무요원을 쳐다보면서 "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공익근무요원은 나에게 팩스 전화기 받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해주며 팩스 전화는 안 받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그렇다! 팩스 전화는 내가 아니라 팩스 기계가 받는 것이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팩스 기계는 정상 작동되면서 입력된 정보를 솜씨 좋게 출력하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괜찮은 척했지만 빨개진 얼굴을 감출 수는 없었다. 나는 모든 신규들이 겪는 에피소드 중 하나, 그중에 좀 유별난 경험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또 하나. 내가 맡은 민원대 업무에서 주로 하는 일인 제증명과 관련된 일이다. 독자들은 혹시 '이하빈칸'이라는 것을 아는가· 필자는 원래 평소에 남들보다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한다. 민원대에서는 민원인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데 그중 출입국사실증명서라는 것이 있다. 출입국 날짜가 기재되는 이 증명서는 마지막 부분이 '이하빈칸'으로 끝난다.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 때 증명서를 발급하는데 발급할 때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이하빈칸'이라는 글자를 보고 나는 그만 내가 모르는 외국의 유명한 관광명소라고 생각해버렸다. 얼마나 유명하기에 민원인들이 출입국할 때마다 방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미지의 장소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한 번 꼭 가보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이런 내가 한심했다. 엉뚱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보 같은 내가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원대에 앉아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칭찬해주는 분도 계시고, 어렵사리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기뻐하는 민원인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행복한 미생 공무원이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업무처리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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