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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것이다. 인트라넷에 로그인하면 첫 화면에서 청렴교육이 시작된다.

'직무 관련자에게는 아무것도 받으시면 안 됩니다.', '5만 원까지입니다.'

자주 하는 청렴교육에 사람들은 어차피 아는 내용이라는 듯이 무관심하게 화면을 바라본다. 청렴은 공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겨울 만큼 교육하고 강조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민원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공직사회를 불신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 업무 중의 하나는 정화조 청소 안내로, 건물별로 정화조 청소 시기가 되면 청소업체 연락처 등을 알려주는 것인데, 종종 왜 청소를 그렇게 자주 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가 온다. 어느 날 한 민원인은 전화를 해서는 정화조 청소를 한 지 2년밖에 안 돼 이번에는 청소를 안 하겠다고 했다. 나는 하수도법에 따라 정화조는 연 1회 이상 청소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그는 공무원과 정화조 청소업체 사이의 비리(?)를 의심했다. 억울한 마음에 나는 정화조 청소업체에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수질 보전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해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만큼 공직사회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그전보다 청렴에 대해 많은 것을 신경 쓰게 되고 있지만 '이 정도는 되겠지', '남들도 하니까 괜찮아'와 같은 생각으로 지나가는 것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대학교 시절 총학생회 회장을 지낸 친구는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많이 해서 이골이 난다고 했다.

"총학생회 하면 차가 한 대 나온다며", "총학생회 회장 하고 나면 취업은 걱정 없다며"

실제로 친구는 리베이트 요구가 들어와도 리베이트를 수입으로 인식해 구매금액을 실제 구매한 금액으로 표기해 본인 스스로가 청렴하게 진행했고 졸업 후 실제로 정치·기업 등에서 제의는 왔지만 과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유학을 선택하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수많은 유혹도 많았고 그에 따른 사람들에 의심 어린 눈초리도 있었지만 투명하게, 청렴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돈을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이 청렴하다면 그런 유언비어에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본인의 총학생회 회장 생활을 자랑스러워했다.

공직자에게는 많은 권한이 부여되고, 많은 유혹이 있고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공무원은 믿을 수 없다'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렴하게 수행한 총학생회 회장과 같이 공직자도 작은 것부터 청렴을 실천한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울 것이고 공직사회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생활 이후에 교육받은 청렴교육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적부터 배운 기본에 충실하고 공직생활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보다 청렴한 삶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 동료 공무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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