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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명산책 - 창지개명(創地改名) 청산을 위한 노력

충북지명산책

  • 웹출고시간2019.09.25 17:02:18
  • 최종수정2019.10.09 14:31:5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그동안 우리가 창지개명의 청산을 위해 전혀 노력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전 국민의 호응으로 정부에서 적극 나선 것이 아니라 일부 단체에서 호소하거나 일회성에 그치고 말아서 그 결과가 아주 미미하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울의 인왕산은 창지개명의 피해자다. 인왕산(仁王山)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서울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명산이므로 일제 강점기에, 가운데 있는 '왕(王)'자를 '일본(日)의 왕(王)'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하여 인왕산(仁旺山)으로 쓰다가, 창지개명의 청산을 위한 노력으로 1995년에 인왕산(仁王山)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도 그 최고봉이 장군봉인데 일제가 대정 일왕의 재위기간에 사용했던 연호인 대정(大正)을 사용하여 대정봉(大正峰)으로 변경하였으나 해방후 북한측에서 해석은 달리 했더라도 하여튼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남대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남대문은 일제가 붙인 이름이고 본래의 이름은 '숭례문'이며 보물 제1호인 동대문도 마찬가지로 '흥인지문'이 본래의 이름이었다. 남대문, 동대문이 우리 고유의 이름이 아니라 일제가 사용하던 이름이므로 조선시대에 원래 사용하던 이름을 되찾는다는 의미에서 1996년 11월,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 재평가 작업의 하나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 두 이름을 바꾸려면 행정 기록 200여 가지를 변경해야 하므로 전면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창지개명의 잔재 청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고 할 것이다.

 충북에서도 창지개명의 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이 있어 왔다.

 일제강점기 때 붙여진 '본정통(本町通)'이라는 명칭이 일본식 지명이라는 자각과 함께 1990년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바른 지명 찾기 운동'이 전개되었으며, 이 때 '본정통'을 대신하여 '성안길'로 바꾸게 되었다. 성안길이란 예전의 청주읍성(淸州邑城)의 북문(北門) 자리에서 남문(南門) 자리에 이르는 큰길로 청주시(淸州市)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으며 청주읍성의 안에 있는 거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성안길에서는 1995년부터 매년 성안길의 역사적인 의미를 되찾고 문화예술의 거리로 명소화하기 위해 '성안길 축제'가 열리고 있다.

 청주읍성은 예로부터 청주의 사회, 경제, 군사,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지역으로, 임진왜란시 최초의 승전고를 올린 곳으로 유명하며 성안길 주변에는 중앙공원 내 유적과 용두사지(龍頭寺址) 철당간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제 침략기인 1920년대에 도시계획이란 미명 아래 청주읍성을 완전히 파괴하였고 오랜 역사를 지닌 일명 남석교(南石橋) 또는 정진교(情盡橋)라 불리던 청주의 대교(大橋) 역시 이 때 땅속에 매몰시키고 그 위로 도로를 만들어 흔적조차 볼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을 원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일제 청산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지 않을까?

 또한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3가의 '방아다리'라는 이름도 일제가 일본식 주소 체계인 '오정목'으로 명명한 이후 오랫동안 그렇게 불리어 왔으며 아직도 청주시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오정목'이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고착화되어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이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방아다리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일제 잔재를 뿌리 뽑아 우리말 지명으로 바꾼 것은 '청주 문화사랑모임'이라는 민간단체의 피땀흘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100여 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민간단체는 수개월 동안 1천여 명의 시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이름을 공모했고 결국 지금의 지명이 붙여지게 됐다고 하는 데 사실은 이곳의 옛 지명이 방아다리였으며 옛 지명을 다시 찾아 쓰게 된 것이다.

 방아다리라는 이름 속에는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 동안 사용해온 디딜방아의 역사와 그 디딜방아의 형상으로 갈라진 길의 형태를 가리키는 아름다운 의미가 숨어 있다. 지금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길도 사통팔달 갈라져서 모양은 비록 변했지만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의 역사가 녹아있는 이름이므로 그 의미를 잘 간직하여 사용하다가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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