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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식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흔히들 민심은 천심이라 한다.

무서운 말이다.

그럼에도 민심을 함부로 운운하는 세태는 디지털시대 앞으로 더 극성을 부릴 듯 싶다.

옛 문헌인 예기 악기편에 의하면, '소리는 사람의 마음에서 생긴다'고 했다.

율곡 이이도 '민심은 공론이며 하늘의 뜻과 같다'고 했다.

그러니 민심은 읽거나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두 귀를 그냥 열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여실지견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청주 초정을 오갈 때의 일이다.

세종대왕이 초정을 떠나 서울로 가는 길에 어가행렬을 구경하러 나온 백성들이 보이지 않자, 그 연유를 신하에게 물어봤다.

백성들이 임금님 행차를 보고 몰려와 이런저런 소리를 낼 것을 염려해 어가 행렬 가까이 오는 것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그러자 세종대왕은 신하들을 꾸짖으며 백성들을 가까이 오라 한 뒤 직접 하소연을 듣고 민심을 파악했으며 민원도 해결해줬다.

그러니 세종이 대왕 중에 대왕이요 성군 중에 성군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민심을 듣는 태도이자 민심을 반영한 정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귀를 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이 요즘 정치환경이다 보니, 오히려 그들이 민심을 왜곡하고 어지럽히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시대 민심의 왜곡과 변형은 민주사회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두 번에 걸쳐 대통령선거에서 경험했고,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두 진영 사이의 실검경쟁에서도 알 수 있다.

가짜 민심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민심과 여론보다는 당파적 이해관계가 더 중요한 세상이다.

국가미래연구원과 타파크르스가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의 빅데이터 1억2천만 건을 분석한 결과, 국민들이 표출한 민심은 불안, 안전, 공정 등이라고 한다.

밑바닥 민심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안전한 사회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AI시대 민심은 더 위협을 받을 것이다.

SNS와 같은 디지털매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가짜 민심은 언제라도 나올 확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빅데이터를 통해 민심을 호도하고 역이용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대의 양심, 집단지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 역시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민주시민사회가 성숙하고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상층부의 민심 조작과 호도, 그들만을 위한 나라를 막을 수 있다.

일반 개인 하나하나가 정치적 주체가 돼 밑으로부터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한다.

민심과 정치세력 사이에는 역사 속에서 늘 대립적인 시대가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적 욕망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상존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균형을 이룰 경우 오히려 긍정적이다.

문제는 둘 사이의 괴리감이 커지고 상충되면서 혁명으로까지 격하게 충돌하게 된다.

청주에서 처음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명심보감 천명편에 맹자가 한 말이 있다.

'하늘의 뜻을 따르면 흥하고 하늘의 이치를 어기면 망한다.'

정치세력은 귀를 막고 민심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다 폭망하는 날을 경계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집단이 그랬듯이 살아있는 집단지성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가짜 민심을 필터링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시민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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