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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09 19:36:33
  • 최종수정2019.09.09 19:39:13
[충북일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은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과 김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 진술 등에 대한 신빙성 인정 여부였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과 2심 판결 결과는 아주 달랐다. 대법원은 2심에서 이유로 든 유죄의 근거를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의 확고한 법리로 자리 잡은 '성인지 감수성' 원칙 때문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이날 성범죄 유무죄를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성폭행 사건 등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중심의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를 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불이익한 처우 등을 입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감수성 원칙은 성문제 관련 소송을 다루는 법원이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말고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1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드러낸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됐다. 이후 사회 전방위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됐다. 그때부터 사법부는 성범죄 관련 재판을 심리할 때 강조해왔다. 안 전 지사 사건도 성인지 감수성 개념을 얼마나 적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1심에서는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과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1·2심 모두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좀 더 폭넓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2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안 전 지사 측은 피해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로 성인지 감수성 개념이 폭넓게 인정될 것으로 예측한다. 성범죄를 다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사건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결이 나올 거란 얘기다. 앞으로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에 피해자의 입장이 더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진술에 입각해 엄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대법원의 이번 판단에도 법조계 일각에선 여전히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대처 양상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법원 이번 판결로 성폭행 사건의 관점을 바꿨다는 건 아주 의미 있다. 힘 있는 가해자들의 시각에서 힘없는 피해자들의 관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가해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가 이용됐다면 위력 동원이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이번 판결은 사회 전반에 내재한 권력형 성범죄를 척결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물론 다소 불명확한 개념인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해야 한다. 성범죄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만 믿게 되면 무고한 사람이 자칫 성범죄 피의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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