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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8.21 17:40:45
  • 최종수정2019.08.21 17:40:45

최시억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

매미에게 허락된 바깥세상 구경시간은 보통 10여일 정도로 아주 짧다. 요즘, 사무실 창문너머에서 들려오는 매미들의 노래 소리가 유난히 요란스럽게 들린다. 후손(後孫)을 남기고 대(代)를 이어가야 하는 기본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다. 이렇듯 한 마리의 매미는 사라지지만 그 후손들은 나무와 땅속에서 몇 년 후의 뜨거운 여름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입추(立秋)가 지난 것도 이미 2주 전이다. 이 번 여름에는 커다란 태풍이나 기상이변이 발생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곡식이나 과일들이 여느 해보다 풍작을 이룰 전망이란다.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기후여건이 좋았던 탓도 있겠지만 농작물 한 포기 마다 들어간 농민들의 정성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그 정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렇게 자연은 시간을 먹고 순환하고 있다. 어제처럼 느껴졌던 2019년의 시작도 벌써 결실의 계절인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데, 대풍(大豐)을 고대하고 있는 농민들의 얼굴마저도 그늘지게 할 소식들만이 들려온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재료 대한(對韓) 수출규제, 트럼프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규모 확대 압박, 중국과 러시아의 미국 중거리미사일 아시아 배치계획에 대한 위협 등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어두운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에는 7% 중반, 2000년대에는 4%대, 2010년대 후반에는 2.5%까지 하락하고 있는데, 국내의 한 민간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대 초반에는 1.7%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한다. 고령화 등으로 생산에 투입될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고 설비투자 등에 쓰일 충분한 자본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진보 마저도 더디게 이루어진다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은 뻔한 이치 아니던가·

이제 세계경제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성숙해진 우리 경제상황에서 물론 2~30년 전처럼 높은 잠재성장률은 불가능한 것일지라도 우리 경제체제의 역동성이 유지될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경제의 역동성은 곧 경제의 생명력이라서 역동성이 사라진 경제는 곧 사위어질 운명의 모닥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국의 시민권자를 보호한다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우리나라에게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압박하면서도 북한의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하는 등등의 예상하기 어려운 돌출적인 행적(行蹟) 때문에 나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미국인들에게도 똑 같은 이미지로 그려질까·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2010년 1%에서 금년 중에 2%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기업의 수익률 향상에 대한 기대로 인한 기업투자와 경제활동 참여하는 노동력의 증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비중 확대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규제완화 등의 경제정책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잘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나는 스포츠를 즐기지만 썩 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스포츠이건 잘하려면 한 가지 꼭 갖추어야 할 비결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바로 기초체력이다. 기초체력이 없는 기술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인 경우를 여러 번 보아왔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잠재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은 생애(生涯)를 다 바쳐서 후대(後代)를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열정적인 매미처럼 모든 경제주체가 잠재성장률은 끌어올리기 위해 열정을 쏟아야 할 때다. 가을의 풍성한 결실 속에는 농부의 눈물어린 땀방울이 배어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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