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식

수필가

불면증으로 동네 한의원을 찾았다. 진료 카드를 작성하라는 간호사 말에 제시된 내용에 따라 인적 사항과 증세를 자세히 적어냈다. 잠시 후 간호사 호출로 원장실에 들어서자 사십 대 초반의 한의사가 대뜸 이런 말을 건네 온다. " 성격이 매우 활달하시나, 예리하고 완벽을 추구 하시겠어요." 라는 말에 처음엔 그 말의 의미를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그는 재차" 성품이 너무 곧아 불면증이 온 것입니다." 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 말에 의문을 품고 어찌 나의 성격을 잘 아느냐고 묻자 그는 글씨체만 봐도 대략 성격을 맞춘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한의사 말에, '이 양반 심리학도 전공을 했나·' 라는 생각에 잠겼다. 이 때 그는 다시 입을 열어, " 마음의 병이 모든 만병의 근원이란 뜻입니다." 라고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성 싶다. 완벽까지는 아니어도 원칙을 벗어난 삶을 용납 못해온 게 사실이다. 매사 헛발질 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무엇보다 그동안 버거운 삶에 짓눌려 어느 사이 가슴도 삭막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봄 날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들떴다. 백화점에서 앙증맞고 예쁜 그릇들을 보면 사들이고 싶었고, 디자인이 특이한 옷이나 핸드백을 보면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다.

요즘은 어떤가. 제아무리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꽃을 봐도 왠지 무덤덤하다. 어디 이뿐인가. 전과 달리 예쁜 그릇, 옷을 봐도 심드렁하다. 재미있는 영화를 관람해도 감흥이 별반 없다. 감동 깊은 내용의 책을 독서해도 지난날처럼 심금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가슴에서 감동이 사라진 것이다. 가슴이 낙엽처럼 바짝 메말랐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자연 이러한 형국이어서인지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는 삶을 살며 대부분 변화하지 않거나 반복되는 자극을 잘 의식하지 못한 탓인가 보다. 인간은 감각적이고 생리적인 변화에 참으로 빠르게 적응하려는 능력을 갖췄잖은가. 가령 예를 들어서 꽉 끼는 스키니 바지를 입었을 경우 처음엔 불편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게 감각적응에 대한 헬슨(Helson.)의 적응수준 이론이 아니던가. 이 이론에 착안한 게 쾌락적 적응이다. 인간은 쾌락적 감정을 일으키는 자극에도 쉽사리 적응한다는 의미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행복한 일이 어찌 없었으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자 같은 경우 요즘 건강한 몸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행복 하다. 그럼에도 평소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일들이 실은 작은 행복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오로지 손이 닿지 않는 먼 곳, 행복의 신기루만 좇았다.

흔히 "운이 없다." 말하지만 변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것도 실은 큰 행운이요, 행복이라 말 할 수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간사 아니던가. '밤새 안녕'이란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예측 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는 물론이려니와 현대문명의 이기(利器)에 의한 위험에 우린 늘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의 그늘이 안겨주는 삶의 위협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니던가. 하다못해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그 안에 갇힐 수도 있다. 태풍 불 때 건물 밑을 지나치다가 간판이 떨어져 다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불의의 자연재해 등 등 이루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렇듯 마치 살얼음판 같은 세상을 살며 아무런 변고 없이 평탄한 일상도 행복인 셈이다. 그럼에도 우린 걸핏하면 행복을 딴 데서 찾으려고 안간힘 쓴다. 또한 우리들은 물질의 풍요만이 행복의 성(城)이라고 믿기 예사다. 심지어는 남부럽잖게 사는 사람조차도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로보아 자기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