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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이집트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스 로마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집트 문화는 생소했던 다양한 신들의 이름부터 꽉 막혔지만 그 새로움이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카이로 국립박물관, 룩소르 신전, 아부심벨 등 천년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내리며 가슴 뛰는 나날을 보냈었다.

시간이 흘러 정작 이집트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꼽으라면 바하리야 사막에서의 하룻밤이다. 사막이라고 하면 연갈색의 모래가 산처럼 쌓인 황금색 능선 위에 낙타와 터번 두른 상인이 길을 가는 장면이 펼쳐지지 않는가? 바하리야 사막은 내 머리 속의 장면을 바꿔 놓았다.

오아시스 마을에서 출발해서 4인 1조로 배두인 가이드의 차로 모래언덕 사막으로 향했다. 지프를 몰아 사막의 능선을 올라서더니 모래바람을 만들며 질주했고 언덕의 중턱에 세워 잠시 풍경을 감상할 시간을 주었을 때 바로 이게 사막이지 했다. 마치 우주에서 온 것 같은 돌멩이가 널려있던 흑사막, 반짝이는 크리스탈이 바위에 붙어있는 크리스탈 사막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백미는 백사막이었다. 모래 위에 내 키보다 한참이나 높은 새하얀 석회덩어리가 툭~ 솟아올라 엄마와 아기의 모습, 새, 버섯 모양 등으로 조각품 전시장 같았던 백사막은 낯선 이방인의 마음을 홀딱 뺏고도 남았다.

백사막 근처에 텐트를 치고 배두인들이 만들어준 닭고기 요리와 홍차를 마시며 풍경 속에 빠져들었다. 모닥불 앞에서 물담배를 피우며 전통노래를 부르는 배두인들과 더불어 우리도 우리의 노래의 부르며 깊어가는 사막의 밤을 맞이했다.

사막의 어둠이 짙어질 대로 짙어지니 밤하늘엔 흩뿌리듯 별 그림이 그려졌다. 팡~팡~ 불꽃놀이가 만들어내는 불꽃같은 별들로 온 하늘은 별세상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 보고 있노라니 늦은 밤 시골버스에서 내려 단짝친구와 집으로 돌아가는 여고시절의 내가 보였다. 친구와 헤어져 혼자 걸으며 올려다보았던 그 밤하늘의 별들이 이곳 사막 하늘에 별꽃으로 피어났다가 다시 내 가슴에 총총히 박혔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시간여행을 한 듯 아련한 경험이었다.

함께 여행했던 6학년 남자아이가 사막여우를 유혹한다며 닭고기를 남겨 던져두고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화장실을 가느라 잠에서 깼다. 텐트를 기어 나오며 무심코 쳐다보는데 반짝이는 두 개의 빛이 거기 있었다. 사막여우였다. 하늘의 별과는 또 다른 두 개의 별을 시간이 멈춘 듯 마주봤다. 사막여우도 내 눈을 빛으로 봤을까? 살짝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리더니 돌아서서 유유히 걸어갔다. 생 떽쥐베리가 바로 이런 모습을 모티브로 “어린왕자”를 쓰지 않았을까!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사막여우의 흔적을 찾았다. 하얀 모래밭에 작디작은 사막여우의 발자국이 두 길로 나 있었다. 텐트에서부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저 언덕으로 사라진 발자국에 외로움이 느껴진 것은 어린왕자와 여우의 외로움을 미리 알고 있어서 일까?

가끔 밤하늘을 바라보면 바하리야 사막에서의 시간들이 떠오르곤 한다. 함께 간 남편도, 여행친구들도 모두 사라지고 360도 카메라가 돌 듯 오롯이 나에게로만 향하던 별들 속에서 느꼈던 숨 막히는 고요함에 오히려 행복해진다. 때론 작은 발자국을 따라 지평선 어딘가 있을 사막 여우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내 외로움의 크기도 줄어든다.

소유를 위해 소비하는 것보다 경험을 위해 소비했을 때 더 강렬하고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전혀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가슴 속에 담아둔 바하리야 사막의 별과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며 나는 날마다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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