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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22 16:05:12
  • 최종수정2019.07.22 16:05:12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여름철 음식은 냉국이다. 몇 길의 우물에서 갓 퍼 올린 찬물에 소금간을 하고 돌나물, 풋고추 등을 넣으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또 물김치, 나물로 먹거나 더운 여름철에 오이 냉국처럼 시원하게 냉국을 만들어 먹었다. 옛이야기 같지만 30년 전 우리네의 여름 시골풍경이었다. 동네 샘터는 수다 푸는 곳으로 동네 마당이었고, 수질 오염이 없는 깨끗한 우물물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리타작, 모내기 철에 바쁜 아낙들이 점심 찬으로 만들었던 반찬이자 국이 돌나물 냉국이다. 논밭에서 부엌으로 가던 아낙들이 동리 어귀에서 아무렇게 뜯은 돌나물 한 움큼으로 만들었다. 요즈음 마트에서 포장된 돌나물을 구해서 먹지만, 사실 돌나물은 재배보다 울타리 밑이나 담장 아래에 저절로 돋아난 것이라 여겼다.

돌 틈 및 돌 위에서 잘 자라는 채소라는 뜻으로 이름 붙은 '돌나물'은 1061년 송나라 때의 소송 등이 편찬한《도경본초》에 '불갑초(佛甲草)'라 처음 기록됐다. 식물 이름에 불(佛)자가 붙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유래는 중세 중국에서 발생한 네 차례의 대규모 불교탄압인 '삼무일종의 법난'과, 특히 당나라 무종 때에 일어난 회창의 폐불사건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옛날 환난이 닥쳐서 불에 타버린 절터에 목이 달아난 무두불(無頭佛)을 본 어느 스님이 그 불상을 돌무더기 속에 숨겨 두었는데, 유난히 돌을 좋아하는 돌나물이 바위틈에 숨겨져 있는 불상 전체를 덮고 머리 부분까지 외워 싸 수북이 자라나 별 모양의 노란 꽃이 피었다. 이 모습이 마치 부처님이 황금 갑옷을 입고 반짝이는듯하여 불갑초가 되었다"고 전한다.

중국 명나라 때의 적량이 지은《약성대답》에는 "돌나물은 뱀에 물린 상처를 제거하는 신선의 풀"이라고 적었다. 청나라 때의 '방울의사'로 유명했던 조학민이 1765년에 간행한《본초강목습유》에는 "돌나물은 높은 산의 돌벽에서 자란다. 입하 후에 모가 나온다. 잎은 쌀알처럼 잘고 덩굴이 뻗어 돌에 감기며 그의 뿌리는 돌틈 사이에 깊이 들어가는데, 쥐의 이빨과 같이 희다. 1765년 청나라 때의 조곤계가 저술한⟪백초경⟫에는 "돌나물은 2월에 모가 나온다. 줄기는 희고 잎은 3개가 하나로 모여 층을 이룬다. 꽃이 피면 시든다. 4월에 황색의 와송(瓦松)과 비슷한 꽃이 핀다"고 기록했다.

한방에서 불갑초, 석지갑(石指甲)으로 부르는 돌나물 말린 것은 경천초라 한다. 돌나물에는 세도헵툴로우스, 메칠이소펠레티린 등의 특수성분이 있어 한방에서는 해열, 해독, 타박상, 간경변, 뱀, 독충에 물린데 치료제로, 민간요법에서는 잎의 즙을 곪은 상처에 붙이거나 식욕증진, 볼거리에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간암의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마른 것을 차처럼 끓여 마시면 해열·해독 작용이 있으며, 돌나물 생즙은 간 경변에 좋고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숙종 때의 홍만선이 지은《산림경제》에 '석경, 석채(石菜)'로 처음 기록했다. 줄기가 뻗어가며 돌을 덮으므로 '석상채(石上菜)'라 부르는 돌나물에 대한 한자 표기를 잘못 쓰기도 한다. 경북 봉화에 전하는 산나물 이야기에는 "사후에 저승사자가 '석상채 몇 잎이나 먹구 왔느냐·'고 물어서 세 잎 이상 먹은 사람은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전설이 있다. '참바위취'의 다른 이름인 석상채에 관한 것으로 참바위취 나물이 향기롭고 맛있고 귀하게 여기는 습관에서 생겨난 이야기다.

또 돌나물은 작은 잎이 연꽃과 닮았다고 하여 '석련화', 돗나물과 돈내이는 경상도의 방언이다. 강원도에서 수분초라 불리는데, 화분에 심어두면 수양버들처럼 줄기가 늘어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단옷날의 구전민요에는 "한푼두푼 돈나물 쑥쑥뽑아 나싱개"라고 부르던 옛날 조상들의 나물타령에서도 돈나물이라 불렀다.

힘든 노동으로 나른하고 식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물김치를 담그거나 새콤달콤한 초무침으로 돌나물을 먹으면 생기를 되찾을 뿐만 아니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억척스러움과 강한 생명력까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여름철 생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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