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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요즈음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뱃속에서부터 동화를 들려주는 아빠 엄마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동화는, 삶의 지혜와 지식, 교훈, 상상력 그리고 감성과 가치관 등 모든 요소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동화처럼 살고 싶어 한다. 그건 동화 속 이야기는 모두 아름답다는 전제하에 오는 생각이다. 그러나 동화라고 다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오늘은, 어린이집 꼬마들에게 '양치기 소년'이란 동화를 들려주었다.

'양치기 소년은 널따란 풀밭에서 혼자 양을 돌보자니 너무 심심해서 장난으로 늑대가 나타났고 소리쳐본다. 그 소리를 듣고 연장을 찾아들고 허둥지둥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친다. 또 속게 된 마을 사람들은 더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도와주는 이가 없어서 양치기 소년의 양들은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동화를 구연으로 들려주고 교구를 사용하여 다시 들려준 다음 역할을 정해서 역할극을 해보았다. 양치기 소년, 마을 사람들, 늑대, 양들 등의 역할을 정하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아서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재미있어했다.

마지막으로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역할극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라는 물음에

대사도 없이 매에~ 소리만 내던 녀석이 "양이 너무 불쌍해요."라고 한다. 양의 역할을 하다 보니 양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나 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양이 불쌍하다고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늑대는 나빠요. 탁탁 혼내줘야 해요." 태권도 하듯 손을 휘저으며 나서는 녀석도 있었다.

7살 지수가 양미간을 살짝 모으고 "양 치는 아이와 친구 하고 싶어요. 그 애는 어린이집에도 못 가고 들판에만 있으니까 친구가 없잖아요."라고 한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 하였던가. 이 동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십 중 팔구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을 '거짓말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번 두 번 거짓말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니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한 이는, 한번 잃은 신뢰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도 하리라. 그래서 오랫동안,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의 대명사처럼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다. 나 역시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자는 의미를 은근히 강조했는지도 모르겠다. 한데 오늘 해맑은 어린이의 눈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양이 가엾다.> <늑대를 혼내준다.> <친구가 되어준다.> 동심의 세계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관념의 잣대를 가진 어른들의 눈으로는 잘 볼 수 없는 숨은 그림이 아이들에게는 잘도 보이나 보다.

오래전, 영국 타임스지에서 <런던에서 로마까지 가장 빨리 가려면>이라는 문제를 내놓고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한 적이 있다. 비행기· 기차· 선박 등을 타고 간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복잡하게 계산하여 대안을 내놓기도 하고 대부분 사람은 지리적인 발상에서 답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안을 내놓았지만, 채택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작은 어린이가 내어놓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단순 명료하고 신선한 발상인가·

오늘 우리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양치기 소년을 나무라기 전에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지수의 말대로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주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으로 소리 지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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